감독 다섯 명이 두 시간을 잘라 파이처럼 영화를 먹어치운 것을 보았습니다.

“에로스 그 이상의 사랑 이야기” 라는 부제처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이야기네요.

영화가 좀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요.

웬 아저씨가 긴 전화를 계속 두 통화나 하는 강심장을 보여 주더니 어떤 부부는 이내 나가버려 영화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중부지방에 폭우가 온다는 예보가 잘 맞아 비가 폭포처럼 쏟아졌습니다.

비 오는 날은 어디가나 한가하다는 경험 때문에 용감히 영화관에 들려 옴니버스 형식이 주는 색다른 맛을 보았고 특히 많은 배우들의 진한 장면이 많이 나와 그 색 다름을 더했습니다.

감독들은 짧은 시간에 자신들의 창의력과 싸움 하느라 애를 썼고요.

그러기 때문에 재미도 있었습니다.

더러는 엽기적이기도 했고 실험적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많은 배우들이 열심히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배종옥의 넘치는 끼와 블랙코미디가 영화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되었다고 느껴졌습니다.

우리들의 삶이 참으로 우연하고 굴곡 많은 알 수 없는 것 이라는 걸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판타스틱한 영화장면은 영화만이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라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통일감이 부족해 산만하고 개성적인 것을 노리는 욕심(?) 때문에 넘치는 액션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영화 구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퓨전 음식이 인기인 것처럼 개성 강한 영화 비빔밥 한 그릇 비오는 날 잘 먹었습니다.

부수고 깨트리는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것만으로도 고마웠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주는 짭짜름한 맛을 바란다면 이 영화가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열고 관용을 베푸는 자세로 보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한명철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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