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연

8월의 태양은 거리로 따갑게 쏟아지고, 사람의 몸속으로 침투하여 불쾌지수를 높인다.

일요일이면 즐겨보는 TV프로그램중 하나가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이다.

세상의 미스테리한 일을 수수께끼처럼 풀어놓고, ‘진실과 거짓’이라는 코너에서는 세 개의 이야기중에서 하나의 거짓과 두 개의 진실을 재연해 보여 준다.

나는 ‘진실과 거짓’이라는 코너를 보면서 과연 어느 것이 거짓일지 맞추는 게임을 한다.

그러나 번번이 거짓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 게임은 은근히 나를 약올리는 것 같기도 하고 속아넘어가는 나를 보며 통쾌해 하는 것 같다.

얼마전 가까운분으로부터 나와의 사연이 담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십여년의 세월을 넘어 결혼당시의 이야기부터 현재까지의 하소연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당사자인 나도 긴가민가 할 정도로 사실이 아닌 이야기가 진실처럼 씌여 있었다.

과연 편지를 쓴 분은 어떻게 당사자인 내게조차 거짓을 진실처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물론 나 또한 내 할 도리를 성실히 하지 않았기에 당당할 수는 없었다.

예전에 친한 친구가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할 도리는 무조건 다 해야 나중에 할 말이 있다고 충고하던 말이 떠올랐다.

그랬다. 감정이 상하거나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해야할 도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할말이 없는 것이다.

그 편지가 마치 내게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진실과 거짓’코너에서 참과 거짓을 맞추는 게임을 제안한 듯 씁쓸하고 불쾌했다.

학창시절 나는 수학을 가장 좋아했다. 공식에 대입해서 문제를 풀고 정확한 답을 구해내는 그 과정이 좋았다.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풀다가 중간에 포기했다가 다시 한번 도전하여 그 문제를 풀고 나면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이 뿌듯했다.

참과 거짓의 명제를 정확이 구분할 수 있는 수학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요즘처럼 진실과 거짓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혀지는 세상을 살다보니 별 희한한 생각을 다 하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거짓말한번 안 하고 사는 사람은 드물것이다.

나 또한 진실만을 말하고 살지는 않았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되고 당사자끼리 한 말이 와전되어 제 3자에게 전달될 때 거짓이 보태지기도 한다. 그로 인해 감정이 상하고 서로에게 상처로 남는다.

모든 것은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비뚤어지게 보면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이고 한 발 뒤로 물러서서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하고 넘어가는 세상일도 많다.

내가 지금 세상을 보는 눈은 부정적이다. 남편이 옆에서 얼르고 타이르고 좋은말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충고해도 귀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사는 것이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치유되지가 않는다.

참과 거짓의 가치기준을 과연 어디에 두고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한 해답또한 자신이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독처럼 퍼지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마인드콘트롤이라도 해야겠다.

<가섭산의 바람소리>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