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김영애 주연 영화 참 많이도 슬픈 영화입니다.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네요.

수의사 엄마와 사는 스물아홉 살 작가 지망생의 좌충우돌하며 사는 이야기는 부산이라는 따뜻한 동네를 배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요란한 삶과 허허로운 죽음을 건너는 스토리가 부산 영화제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란 금메달을 달고 있어 그 탄탄함은 이미 증명된 영화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의 배우 두 사람이 뿜는 에너지가 영화를 이끌어 가는 힘이 되여 끝난 뒤에 짠한 이별 이야기의 힘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슬픔은 늘 자잘한 웃음을 품고 있고 기쁨도 또한 그러함을 우리는 우리 삶에서 알고 있습니다.

딸은 엄마의 친구로 늙어가며 큰 힘이 된다는 것도 잘 보여 줍니다.

그래도 버리지 않은 질긴 희망의 끈 때문에, 그녀가 만든 책이 모든 이들의 마음을 햇살처럼 화사하게 비쳐주는 엔딩 장면이 없었다면 훨씬 무거운 영화로 되었을 것 같네요.

슬쩍 슬쩍 묻어나는 꽃가루 같은 웃음도 물론 영화를 푸르게 하는 힘이 되었답니다.

두 번 이혼하고 큰 시련으로 단련된 김영애의 연기가 영화를 곰삭은 김치처럼 만드는데 한 몫을 했고 사차원 동안녀로 속되지 않은 자기세계를 구축한 최강희의 열연도 영화를 세우는 힘이 되었습니다.

다만 넘치는 억척이 때론 짜증으로 바뀌려고 하는 걸 참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조금 헐렁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가을 한번쯤 눈물을 흘려 시원함이 생길지도 모르는 영화입니다.

<한명철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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