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편집주간

올해는 유난히도 가뭄이 극심해 농사짓는데 애를 먹었다.
몇 십년만에 찾아온 가뭄의 상흔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채 누런 잎새를 드리운 나뭇가지나 잔디 등에서 확연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조경을 위해 봄철 옮겨 심은 나무나 윤달을 맞이하여 조상의 묘에 잔디를 입힌 봉분위가 누렇게 탈색된 모습으로 다가오면서 올 가뭄의 정도가 식물에게도 얼마나 가혹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온갖 정성을 기울여 식재한 것들이 이러할진대 농작물이야 오죽하랴
잎담배가 제대로 자라주지 않아 제시기보다도 잎담배 수확이 늦어지는데다 수확량도 반감되는 현상은 비단 잎담배 하나뿐이 아닌 모든 재배 농작물이 이런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모내기를 마친 논에는 물이 없어 논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농민들의 마음속에는 어쩔수 없는 가슴속 비애만 응어리져 있다.
극심한 가뭄의 뒤에는 국지성 호우와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환경파괴에 따른 더위가 점점 심화돼 봄. 가을을 만끽할 시간도 없이 여름이 오고 겨울이 온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올 한해는 사람들의 심신을 극도의 피로감으로 물들인 채 유유히 강물처럼 흘러간다.
흐르는 세월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으랴마는 너무나 가혹한 올 한해의 기류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이러한 자연적 기류현상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에 갈등과 대립의 이슈류 다가오는 것들이 관내에도 산적해 있다.
맹동면민들이 생계의 위험을 무릅쓰고 광산개발 저지투쟁을 벌이는 모습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마을별로 돌아가며 광산개발 저지를 위해 광산개발 입구에서 불침번을 서듯 지속적인 저지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군 사회단체와 재경음성군민회 등에서도 맹동면민들의 광산개발 저지투쟁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다같은 음성군민으로서 아픔을 함께하는 가운데 화합과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는 광산개발이 진행되고 안되고를 떠나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향토애적 형제로서 우리는 진정한 이웃이요 형제라는 징표를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광산개발측과 맹동면민들간의 서로가 원만한 협의점을 찾아 맹동면민들이 하루빨리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 밀린 일손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제대로 활용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금왕읍 부녀의용소방대장 선출 문제는 사소한 문제로부터 출발하여 극한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돼 가고 있어 주위 사람들을 정말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역 사랑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부녀의용소방대장 자리가 어떠한 특권을 부여해주는 것도 아니요, 경제적 뒷받침으로 생계를 해결해주는 자리도 아니다.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단체의 장으로서 리더해야 할 머슴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녀의용소방대장을 서로가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진짜 큰 문제일 것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단체에 대한 애정이 없어 강건너 불구경한다면 우리지역의 비전은 암울할 것이다.
다만 부녀의용소방대장을 선출하는데 있어 오해에서 비롯된 현상이 심화돼 있고 그것이 일종의 자존심적 우위의 현상으로 외부에 비춰지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증폭돼 있을 뿐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극한 가뭄으로 빚어진 올 가뭄 극복을 위해 음성군민들이 보여준 상부상조의 미덕이다.
불교에서 가장 큰 벌은 "용서"라고 한다.
누가 잘못하여 벌어진 현상에 대한 네탓, 내탓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고 서로가 한발짝씩 양보하는 가운데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는 삶의 지혜가 절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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