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시인
바람이 매서웠다
겨울은 눈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내내 생각했다
닻 내린 어선을 파도타기 하는
코뚜레 꿰인 채 줄에 매달린 이유
고기가 모르듯
수평선은 그 실체를 보여 주지 않은 채
선에 매여 있다
그물 손질이 잰 여자가 힐끗힐끗 쳐다본다
어디 간다 한들
자유로울 수 있을까?
움푹 팬 눈 밑 기미가 한 자나 얹혀
벗어나기 위해 벼르는 저 편
눈이 충혈 된 낚시꾼들이
담배 연기를 날리며 사라져 간다
그들이 가는 곳
고삐 짱짱 당기는 손이 무섭다
그물 손질하던 여자도 보이지 않고
바다는 조용하다
하얀 물비늘이 가만가만 높이를 더 했을 뿐
정작,
그물에 끌려갔다 끌려오는 것은
사람이었다
< 이번주 감상 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