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나 영(음성가정폭력상담소 소장)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사는 게 힘들어도 가족 간에 따뜻하게 안아주고 격려해준다면 그래도 우리는 절망보다는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찬바람이 몰아칠수록 사람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게 한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것이 두렵고 오히려 거리를 헤매다 어디선가 추운 밤을 보내는 청소년들이 있으며 남편의 폭력에 수년간을 시달리며 참고 살다가 끝내는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자녀들은 정서 장애를 겪게 되면서 집을 뛰쳐나와 상담소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 아픈 현실인가?

우리 사회의 한 구석에는 가정폭력(家庭暴力)으로 시달림을 당하는 여성과 아동들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은 빈도와 정도에 있어서 더 이상 개인적인 일로만 맡겨두어서는 안 되는 현실이 되었고, 이제는 정부와 지역 사회가 함께 나서서 가정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최근 가정폭력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폭력의 수위도 갈수록 심각해져가고 있다.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는 남편이나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한 아내와 자녀들이 있지만 신고를 꺼리고 두려움에 떨며 절망하고 있는 가정도 있다.

왜냐하면 신고를 해서 경찰이 관여하게 된다면, 남편과 아버지가 전과기록을 가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정보호사건으로 가정폭력이 다루어지게 된다면 가해자가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전과자로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가정폭력의 행위자에게는 법원에 의해서 사회봉사활동이나 상담, 그리고 치료감호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현재 가정폭력 행위자에 대한 교정치료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맞을 짓이란 건 없다. 쉬쉬하지 말고 처음부터 주변에 적극 알려라.

신고나 판결을 받으면 자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겠지만 폭력은 한 개인의 가정사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혼자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이고 폭력은 한 개인이 참아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대물림되어 폭력 가정의 자녀가 부모가 되었을 때 오히려 폭력을 가정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사례도 종종 접할 수 있었다.

건강한 사회 구현을 외치지면 그러기위해서는 개개인의 가정생활이 위협 받지 않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야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가정폭력은 한 가정을 무너뜨리고 더 나아가 사회를 파괴하는 범죄행위이며 사회적 문제이고 법적인 문제이므로 타인의 일이라고 무관심하게 방관하지 말고 누구든지 가정폭력범죄를 알게 된 때에는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적극적으로 관련기관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가족구성원 중 누군가의 희생과 인내만으로 가정 내 폭력이 해결될 수는 없다. 가정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를 너그럽게 묵과해준 책임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어떠한 폭력도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화적 통념으로 자리 잡아야 하며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동 책임과 대응이 가장 중요한 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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