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영 섭 (음성 수봉초 교감)

날이 갈수록 사회적으로 항상 심각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 흑백논리다. 흑백논리란 모든 문제를 흑과 백, 선과 악, 득과 실 등의 양 극단으로만 구분하고 중립적인 것을 인정하지 아니하려는 편중된 사고방식이나 논리를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무조건 중립보다는 극단적으로 결정해야 설득력이 있고 결단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런 흑백논리로 인한 갈등의 결과에 대하여는 대다수 사람들이 흥분하고 질타한다. 그러나 자신이 흑백논리의 수렁에 빠져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갈수록 다양한 현실의 사회는 어떤 경우에도 양극으로만 나눌 수가 없다. 예를 들면 모든 세상사람들을 좌파와 우파로만 나눈다면 얼마나 큰 모순인가??이런 단순논리로 세상을 보니까 형평성이 크게 어긋나는 일이 마구 벌어진다.

프랑스말로 똘레랑스(tolerance)란 말이 있다.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존중하게 하시오!’ 이게 바로 똘레랑스 정신의 출발점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의 생각과 행동만이 옳다는 독선의 논리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기를 요구하고, 자신과 다른 것들도 인정하라는 정신이 바로 똘레랑스의 중요한 의미라고 한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약한 자에 대한 강자의, 가난한 자에 대한 가진 자의 횡포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려는 것,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 그리고 서로 다른 인격체에 대한 존중의 가치를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이런 정신을 배워 심각하게 대두되는 갈등을 슬기롭게 해소해야 한다. 갈등 해결의 필요성은 갈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서는 원만한 삶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갈등이 잘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고정 관념, 선입견, 편견, 아집, 흑백논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견해나 사고 방식을 바꾸지 않는 고집이나 왜곡, 유언비어로 인해 사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집단 간의 이해 관계에 따른 갈등의 경우, 집단적이고 충동적이기 때문에 합리적 설득이 어렵다.

우리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기본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우선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이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치를 존중해 주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관용의 자세,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이익만을 고집하지 않는 양보와 타협의 자세, 그리고 서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문제를 이해하는 대화와 설득의 자세, 사회 규범을 준수하고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자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보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윤동주의 ‘서시’의 한구절을 되뇌어 본다. ‘죽는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스치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지극하도록 순결한 마음이므로 잎새에 스치는 바람에 잎새가 다칠까 괴로워한다.

우리 모두는 감정상의 흑백논리보다 전체를 이익되게 하는 ‘똘레랑스’ 정신의 지혜를 터득하도록 힘써야 한다. 차이를 긍정하며 극단을 부정하는 논리의 지혜를!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낭송해 보자.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조선시대 초의 문신 이 직선생의 시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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