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득순

산악회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올랐던 산은 험하기로 유명한 조령산 이었다.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 느낌을 어떻게 말과 글로 표현 할 수가 있을까.

우리 일행도 정상에서 준비해온 김밥으로 허기를 채웠다. 다른 일행들도 00산악회 라는 깃발을 들고 정상에 올랐다는 쾌감으로 떠들썩 했다. 부부인 듯 보이는 중년의 산악회원들, 대자연이 빚어놓은 풍경에 감탄하면서도 각자의 시각과 생각은 달랐다.

한 남자는 희귀하게 생긴 바윗돌을 자기 집 정원에 옮겨 놓았으면 하고 또한 사람은 온갖 풍상을 격고 자란 소나무에 눈을 떼지 않았다.

물 한모금을 마셔도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된다’는 것처럼 한 곳을 바라보아도 견해 차이가 천차만별일까. 나는 엉뚱하게도 이 시대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해보았다. 바닥에 뒹구는 솔가지 삭정이가 아깝게 생각이 든다. 낫 한 자루만 있으면 단박에 나무 한짐을 만들 것 같다. 삭정이 나무를 여름날 마당 한켠에 놓고 화덕에 양은솥을 올려놓고 수제비나 국수를 삶을 때 똑.똑. 꺾어서 불을 피우면 ‘안성맞춤’ 이지 싶다. 생각과 시각의 차이는 이뿐이겠는가.

지난해 전국 반기문 백일장이 열리던 날 즉석에서 제목을 주었다. ‘비’ 비에 대한 산문의 글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초, 중 학생들은 원고의 글을 제출하고 우리 회원들은 옥석을 가리는 심사를 했다.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많이 빗나가고 말았다. 아니 내가 학생들의 생각을 헤아리지 못한 것 일수도 있지 싶다. 많은 학생들의 내용이 등,하굣길에 비에 옷이 젖고 우산이 뒤집혀 망친일, 자동차가 흙탕물을 튀긴일 등등... 비는 결코 귀찮은 존재 같아서 씁슬했다. 하지만 어느 학생은 예상치 못한 날씨에 비를 맞으며 교문 밖을 나서는데 어머니께서 기다렸다가 우산을 건네주는 어머니 모습에서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발견했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도 있었다.

하산하는 길이다. 나즈막한 물소리가 들린다. 나무뿌리에서 내 뱉은 물이나 바위틈에서 시작된 물도 강물의 원천이다. 흐르면서 실개천에서 합류하고 또 큰 강에서 만나 바다로 유입된다.

건축 도면의 일부인‘범례도와 조감도’ 범례도는 벌래가 밑에서 바라본 건물의 시각이고 조감도는 새가 위에서 내려다본 시각이다 하여 붙여진 것이다. 만물을 창조한 조물주가 위대하고 섬세하다고 생각된다. 수많은 식물도 형상은 객관적 이지만 주관적인 것은 수분을 빨아들이며 생명력을 유지한다. 동물 역시 다르지 않다. 먹이는 제각각 다르지만 입을 통과하고 씹고 위에서 분쇄되고 또 영양을 섭취하고 배설하는 과정은 똑같으리라.

만물을 창조한 조물주가 동, 식물들을 형상과 먹이의 종류도 동일하게 만들었다면 지구의 생명체가 존재 했을까. 또한 인간의 성격도 똑같다면 어떠한 세상이 되었을까? 나 또한 내생각의 잣대로만 세상을 보고. 말하고. 행동하고. 논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는 타인의 생각과 삶의 논리도 소중히 생각되고 받아드려진다.

고성능 스피커를 장착한 차량에서 000에게 지지호소를 하는 선거방송이 들려온다. 후보들이 살아온 과정과 나이는 달라도 자기만이 음성군과 충북을 이끌어갈 철학이 있다고 호소한다.

서로가 다른곳에서 시작된 물줄기라도 결국 바다로 향해 흐르듯, 음성군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모두가 한 마음 일 것이다.당선의 영예를 안은 모든 이에게 내 고장 발전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가섭산의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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