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결혼은 인생의 새 출발이니 인생의 무덤이니 하며 결혼을 거창하고도 단편적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갖가지 유명한 결혼론을 빌지 않더라도 누구나 한 마디쯤 거들 수 있는 주제가 아닌 듯 싶다.
둘째 시누이가 시월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평소 나와 생각이 잘 맞았던 친동생 같던 시누였다.
환경운동에 자신의 전부를 걸 정도로 열심이었고 누구보다 부조리에 타협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예단과 예물 준비에 고심을 하는 시누이를 지켜보면서 10년 전 나의 결혼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
8년이라는 교제기간과 친구사이로 지내온 시간들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결혼을 결정하게 되었다.
평소 주위에서 혼수나 예물이 집안의 문제로 된 모습을 지켜보았던 터라 나름대로의 소신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래서 예단이나 예물을 생략하는 용기가 생겼고, 필요한 물건들은 서로 상의해서 사게 되었다.
지금은 많이 간단해지고 합리화되었지만 그 당시만해도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물질보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택했기에 가난이 주는 버거움도 기쁘게 받아들였다.
살아오면서 힘든 고비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된 건 역시 남편에 대한 믿음이었다.
세월이 가고 시대의 주인공이 바뀌듯 잘못된 관습도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무조건 새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하고 좋은 것들만을 가려내어 내 것으로 품을 수 있는 현명한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월은 농부의 지치고 고단한 어깨 위에 내리쬐는 한줌 햇살로도 충분히 그 피로가 풀리는 달이기도 하다.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이 농부의 1년 내내 수고한 결실이듯, 서로의 노력과 이해가 가져다주는 열매는 삶의 구석구석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을 것이다.
결혼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찾으려는 작은 노력에서 시작하고, 시린 가슴을 덥혀 주고 감싸안으려는 눈물겨운 몸부림으로 이어질 때 참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
시월에 결혼하는 이들이여! 부디 행복하기를
<가섭산의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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