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 순

갑작스럽게 합창단이 조직되었다. 충주다문화센터에서 주최하는 세계인의 날 행사에서 한글지도 선생님들이 합창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합창할 곡명을 정하고 한 달에 두 번 정기모임 때마다 연습이 시작되었다. 각자의 음역 대에 맞게 파트를 정하고 키 순서대로 자리 배치도 했다.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고 축가로 부르는 합창인지라 긴장감 없이 시작했는데, 지휘를 맡은 선생님의 열정 때문인지 분위기가 사뭇 진지해졌다.

때마침 텔레비전 모 연예프로에서도 합창을 하는 미션이 인기리에 방영 중이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다르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오디션을 보고 합창단원이 되었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된 하모니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악보를 볼 줄 모르는 단원도 있었다.

하지만 지휘자의 온화하면서도 냉철한 카리스마에 합창단원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환상적인 하모니를 들려주었다. 오합지졸의 단원들이 천상의 소리를 내듯 영혼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넘는 감동을 주었다.

특별히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도 합창소리가 가슴으로 스며들며 깊은 울림으로 전해지는 까닭이다.

중년의 나이에 다시 부르는 합창은 여고시절의 순수함과 열정과는 사뭇 다르다. 나이 탓인지 호흡도 부족하고 서서 연습하는 게 힘들다. 여럿이 함께 하는 합창이니 입만 벙긋거려도 되겠다 하면 지휘자는 어느새 소리를 내어 달라고 주문한다.

합창이기에 모두의 목소리가 모아져야 함은 자명한 이치다. 다시금 파트별로 연습한 후 한 목소리로 맞춰 부르다 보면 마음은 어느새 일심동체가 된다.

이번 합창은 대회가 아닌 축제의 무대에서 부르는 거였다. 세계인의 날 개막식이 시작되며 행사가 시작되자 각 나라별로 전통 무용과 춤을 보여줬다. 남편들의 노래자랑도 있었다. 그동안 애써 준비한 많은 것들이 차근차근 무대 위에서 발표되었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여성들이 먼저 한국 가요를 두 곡 불렀다. 그 뒤를 이어서 선생님들도 합창을 했다. 바로 이어서 다시 또 그녀들과 함께 무대에 서서 합창을 하는데 가슴이 뜨거워졌다.

어설픈 발음으로 한국말을 배우던 그녀들이지만 이 날 만큼은 완벽한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다. 사회자의 행사 마무리 인사가 끝난 후에는 무대와 객석이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어 다시금 ‘고향의 봄’을 합창하며 서로의 손을 잡았다.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멀리 멀리 퍼져나갔다.

합창을 하며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낯선 나라에 와 살며 어렵고 힘든 일들도 많았겠지만 이날만큼은 마음껏 웃으며 시름을 덜 수 있었을 게다. 합창은 혼자 부르는 고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같이 마음을 모아 부르기에 감동도 그만큼 크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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