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시인
헤엄친다
가파른 시간 벗어난 사내가
수심 알 수 없는 호수를 헤엄치고 있다
시간을 버려야 비로소 자유를 얻는
보이지 않는 길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모든 낯선 만남들이 친근히 다가와
마음을 흔들고 있다
얼마나 깊은 호흡 가다듬어야
고요를 찾을 수 있을까
빗방울 떨어진 호수에 파문이 인다
파문 따라 가을이 깊어간다
한 석 삼 년 물속에서
부레 부풀려 헤엄쳤을 물고기
물속 텃밭 일궈 몸 키웠을 물고기
그 물고기가 낚여 나갔다
이젠 빈집일 거라 생각하고 말간 호수
들여다보니
송사리 떼 눈알 부라리며
흩어진 떡밥 부스러기 쓸어내고
다시 집 짓고 있다
천 년 물기둥을 고쳐 세우고 있다
<이번주 감상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