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새벽, 강이나 호수에 나가보자. 그곳에는 평소 우리가 보지 못했던 자연의 오묘함을 느낄수 있는 경이로움이 일어난다.
하루중 해뜰 무렵이면 생기는 일로 무언가 말로 형언할수 없는 분위기의 맛을 풍겨주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물안개이다.
물안개피어오르는 새벽산책을 한번 상상해보라.
그 황홀해짐을 어떻게 표현해낼수 있을까.
그것은 평화이다. 평화, 생각만 해도 누구나 다 바라는 것 이겠지만 자연의 평화는 또다는 우주의 섭리에 따른 아름다움의 열매이니 그곳에서 우리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새로움의 명상에 잠길수 있을 것이다. 요즘같이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할 때이면 거의 어김없이 물은 아침마다 그칠줄 모르고 끓어오른다.
따뜻한 가족들의 밥을 짓기 위해 자그마한 밥솥의 뚜껑을 여는 어머니의 손끝의 움직임에 의해 일어나는 솥안의 수증기처럼 물은 하이얀 안개를 피워낸다.
그래서 물안개는 정많은 어머니의 손이 금방 물속에서 보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무한정 그물안개의 심연(深淵)으로 빠져드는지 모른다.
때로는 오렌지 빛 물위로 초겨울의 철따라 날아온 물새들이 달음질치며 노니는 장면을 볼수 있다.
이쯤 되면 강호연파(江湖煙波)의 문구를 생각하여 싯귀 한구절 떠올릴수도 있지 않겠는가.
해가 동녘을 붉고도 노오란색깔로 물들이며 떠오르는 햇살이 서서히 하늘로 솟구칠때이면 물안개는 더 이상 수면위에서 좌불안석(坐不安席)을 못하는양 물건너 작은 산위로 부풀어 오르면서 산봉우리를 보였다.
숨겼다하면서 부서져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 조금만이라도 부지런한 사람이면 누구나 호숫가, 저수지, 강 할것없이 찾아가 보라.
물에서 엎드렸다 꿈틀거리더니 이내 산위로 오르면서 오만가지 자연생물들과 숨바꼭질하는 물안개를 보러 가시라.
자연이 이처럼 신비로울수 있을가에 저절로 벌어진 입을 다물기 힘들 것이다.
작품사진중에서 가장 분위기있는 내용하면 물안개사진이라는 것쯤 알고 나면 이내 반정도 작품사진하나 얻어냈다고 생각 해도 된다.
비오는날,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부는날 회색빛하늘의 흐린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물안개는 어김없이 피어오른다.
자동콤팩트카메라로 충분히 찍을수 있는데 슬라이드필름이어야 물안개를 제대로 묘사해낼수 있다. 물론 노출계도 카메라내장으로 충분하다. 느린 셔터를 이용하고 조리개는 조여서 찍는 것이 좋다.
분위기를 느낄줄 아는 사람들이여 이번엔 새벽길나서 물가로 가자. 그곳에서 당신을 물안개는 오늘도 기다렸고, 내일도 또 기다릴 것이다.
<정인영의사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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