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삶에 지치고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우리 사회는 주로 ‘술’로 푼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음주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술을 절제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마심으로써 개인이나 가정, 그리고 사회에 피해를 초래하는 음주행위가 나타날 때 이미 술은 단순한 술이 아닌 중독성약물로 치명적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음주는 성인에 비해 더 큰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청소년의 절반이상인 56.6%가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술을 마신 적이 있으며 초등학교 졸업 전에 음주경험이 있는 청소년도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은 술과 담배가 만연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로 호기심에 시작하여 주변 친구들이 하니까 하는 경우가 많았고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서거나 마치 자신이 어른이 된 듯한 기분에서라고 말한다.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음주는 나이가 어릴수록 중독이 쉽고 빠르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술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효과가 있어 거친 행동을 하게 하거나 불안, 공포, 공황 등 심리적 불안을 유발한다.

특히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에 있어서 이러한 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감정의 조절이 잘 되지 않아 가족들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고 또한 청소년의 음주는 성폭력, 폭행, 절도 행위 등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른들의 세계를 모방하고자하는 청소년들의 호기심은 지속될 것이고 성인 남성들의 대부분이 스트레스를 주로 술로 풀려는 이런 취해 있는 현실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는 한 아무리 강력한 규제와 단속이 있다 해도 청소년들의 음주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술에 대해 관대한 우리 한국사회의 음주 문화도 술에 대한 불감증을 갖게 한다. 외국의 경우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행해지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더욱 엄격하고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음주로 인한 끊이지 않는 각종 사건 사고와 사회적 위협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음주 행태는 개인의 지식, 태도 및 가치관이나 유전적 소인에 따라 다를 수도 있으나 그 개인이 속한 사회와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기도 한다.

전체 사회를 대상으로 학교나 직장에서도 음주에 대한 개인 상담 및 교육 그리고 사회적 캠페인 등을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음주와 관련하여 부모님이 자녀들을 야단치고 감시하는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술에 대한 바른 예법과 정확한 지식을 심어주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일 수 도 있다.

또한 그들을 위한 놀이ㆍ여가시설 및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청소년을 둘러싼 각종 사회ㆍ제도적 환경의 개선에는 국가와 지역사회공동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할 것이다.

언제까지 현실과 운명을 탓하며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을 비난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술이 아니더라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게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고려해보자.

아마도 나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이 ‘술’을 대신하여 자신의 삶을 더욱 더 자신 있게 만족스럽게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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