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산초등학교 반영섭 교장

 요즈음 '손톱 밑 가시'라는 말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손톱 밑에 가시가 박혀본 적은 누구나 한번쯤은 있다고 본다. 작년 가을 고향 뒷동산에 가서 신나게 알밤을 주운 일이 생각난다. 아람벌어진 밤송이 속에 탐스런 밤톨을 꺼내려다 손톱밑에 밤가시가 박혔었다.

 그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가시하나가 그 연한 손톱밑 살에 박혔을 때의 불편함이란 어떻게 표현 할 길이 없었다. 차라리 손가락을 칼로 베어 다쳤을 경우 보다 머리카락이 쭈뼜쭈뼜 섰었다. 오죽하면 일제시대때 일본형사들이 애국지사들 고문으로 손톱 밑을 대나무꼬챙이로 찔렀을까?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처진다.

 필자는 이번 3월 1일자로 시골 작은 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였다. 첫 부임소견으로 전직원의 소통을 강조하였다. 동시에 소통을 잘하려면 기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였다. 한마디로 “기본을 원칙으로, 원칙을 기본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서부터 업무처리, 복무관리까지 손톱밑 가시부터 없애고 한마음으로 행복한 교육실현을 위해 함께하자고 호소하였다. 그러나 ‘손톱 밑에 가시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 안이 곪는 것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소한 데 급급해 큰 손해를 깨닫지 못한다는 뜻이다. 작은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큰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할 것도 명심할 일이다. 서양에서는 일상의 불편을 ‘신발 안 돌멩이’(Stone in my shoe)에 비유한다고 한다. 사람의 발은 섬세하고 정밀한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고 감각도 예민해서 신발 안에 모래알이라도 들어가면 거북해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산을 오를 때 힘든 것은 높은 산 그 자체가 아니라 신발 안에 작은 돌멩이 하나라 했다. 나는 우리학교에 신발 안에 작은 돌멩이는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그 돌멩이는 실상 그리 큰 것도 아니다. 아주 작은 것이 그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다. 본교에도 교원, 행정직, 회계직 및 계약직 모두 23명의 다양한 직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어떻게 하여야 신발 안에 돌멩이가 없는 것처럼 즐겁고 신나는 직장문화를 만들 것인가? 우선 서로를 존중하고 화합하는 마음의 자세를 갖고, 직원친목행사를 자주 가져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기회를 늘리자고 했다.

 물론 우리의 이 모든 것은 어린이들의 교육을 충실히 함에 큰 뜻이 있음을 잊지 말자고 했다. 내면의 고집, 쓸데없는 자존심, 본인이 만든 불만 등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신발 안 돌멩이 같은 마음들이 서서히 평안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와 시각이 존재하는 한 사람은 저마다 나름의 손톱 밑 가시와 신발 안 돌멩이를 지니고 살아간다.

 손톱 밑 가시와 신발 안 돌멩이를 빼내는 일은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저마다 지닌 고충을 속 시원히 털어놓고 치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장으로서 늘 교직원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의 마음을 읽어 주어야겠다. 반면에 그들도  자신의 손톱밑 가시가 무엇인지 신발 안 돌멩이가 무엇인지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함께 해결함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즐겁고 신나는 행복한 학교가 밝은 햇살처럼 화안하게 달려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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