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준 음성교육지원청 교육장

말티고개와 솔고개

고개에 대한 지명을 살펴보다 보니 음성 지역의 지명은 아니지만 충북 사람으로서 보은의 ‘말티고개’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올해가 말의 해이기도 지명에 쓰인 ‘말’의 어원을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은 터널이 생겨 순식간에 통과하지만 예전에는 보은에서 속리산을 가려면 해발 800m의 꼬불꼬불 열두 굽이나 되는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가야 했는데 이 고개가 바로 유명한 ‘말티고개’다.

왜 ‘말티고개’일까? 보은 지역에서도 ‘태조 왕건이 말을 타고 넘어가기 위하여 만든 고갯길’이라느니 ‘세종대왕이 말을 타고 넘어간 고개’라느니 말(馬)과 관련된 유래가 전해져 오고 있으며 한자로는 말티고개의 ‘말’을 ‘마(馬)’로 표기하였다.

그러나 사실 ‘말티고개’의 ‘말’은 ‘말(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말벌, ‘말개미', ‘말고개, ‘말무덤, ‘말바우, ‘말매미’등에 쓰인 ‘말’은 ‘보통 것보다 큰 것’을 나타내고 있으며, 말이 다른 짐승에 비하여 몸집이 크기 때문에 지명에서도 ‘말’이란 ‘말(馬)’이 아니라 ‘대(大)’로 쓰인 것이다. 특히 지명이란 지형지물의 크기 위치 모양 등으로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말’은 ‘대(大)’의 의미라고 보는 것이 타당성이 있으며, 후세 사람들이 ‘말’의 고유 의미를 상실하면서 ‘말(馬)’과 연관지어 유래를 지어내고,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큰 고개’라는 의미의 ‘말티’로 쓰이던 지명이 세월이 흐르면서 ‘티’의 의미가 불분명해지자 고개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이기 위하여 ‘고개’를 붙여 ‘말티고개’가 생겨나게 되었다.

음성지역에서 원남 보룡리의 ‘말바위’, 금왕 쌍봉리의 ‘말무덤고개’, ‘말무덤산’, 대소 소석리의 ‘말무덤(산)’, 삼성 양덕리의 ‘말굴레샘’ ‘마정제(馬井堤)’라는 지명을 볼 수 있는데 한결같이 지역 주민들이 말(馬)과 연관짓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지만 모두가 ‘크다(大)’는 의미의 형용사로 볼 수 있으며 소이면 후미리의 ‘말바우’는 둘레가 8m나 되는 큰 바위라고 하므로 ‘말’이 ‘크다’는 의미임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말티’와 상대적인 의미로 이루어진 지명에 ‘솔티, 또는 ‘솔고개’라는 지명이 전국적으로 많이 보이는데 ‘솔티’(맹동 두성리), ‘솔테’(맹동 통동), ‘솔티앞’(원남 보천) 등에서 ‘솔’을 소나무라고 보아 한자로 ‘송(松)’으로 표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솔’은 ‘공간이 좁다’라는 의미의 형용사로서 ‘솔티’는 ‘좁은 고개’ ‘작은 고개’라는 의미로 ‘말티’와는 반대인 의미가 되는 것이다. 홍성군 금마면 송암리에서는 ‘소래울’을 ‘송라동(松羅洞)’으로, 청주시 흥덕구 내곡동에서는 ‘소래울’을 ‘송동(松洞)’으로 표기하여 의미는 잘못 표기하였으나 ‘소래’의 음이 ‘솔’에서 왔다는 것이므로 삼성면 상곡리의 ‘소래울’은 ‘솔울’, ‘솔애울’등 ‘솔’의 음으로 보아 ‘작은 마을’의 의미이며, 인천의 ‘소래포구’는 ‘작은 포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오솔길’이란 말에 ‘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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