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강동대 교수

이 운해는 범종 종벽에 두 천녀(天女)가 천의(天衣)를 휘날리며 구름 속을 날고 있는 비천의 구름이다. 구름속의 두 천녀 중, 한 천녀는 하프 같은 공후를 타고 있고, 한 천녀는 색소폰 같은 동적(洞笛)을 불고 하늘을 나고 있다.

언제인가 서양종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서양의 종은 천사들이 완벽한 날개를 달고, 아기 예수와 마리아의 주위에서 하늘을 나는 날개의 꿈을 꾸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천녀들은 왜 날개가 없을까? 의문시 생각하여 왔다. 한국 천년들은 날개 대신 구름과 옷자락으로 난다.

우리의 종에는 천녀(천사)가 주위에 보살, 여래의 주변을 구름 바람을 타고 날고 있다. 우리나라 어느 종이나 그림에도 예수도, 성모 마리아도 구름을 타지 않고 있다. 우리 민족은 높은 산을 흠모하며 산신을 믿어 왔다. 놓은 산은 구름 속에 있다. 구도자들이 산에 오른다. 그 곳이 곧 도솔천이요, 극락세계다.

서양에 천사들은 동적으로 천당을 향하여 날아가기를 원한다. 주의 천사가 날개 짓하며 하늘에서 내려와 아기 예수에 기뻐 경배하면서 하늘로 날아갔다. 우리 민족은 단국 사상 속에 태백산에 천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신시를 이루고 홍익인간의 이념 속에 산에서 나라를 열어 온 민족이다. 자연속의 숭배 속에 하늘을 바라보고, 구름 쌓여 있는 산을 바라보고 구름 속에 천국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구름과 바람 그 속에 잔잔한 강가로, 피안의 세계의 가는 반야용선이 용화세계로 가는 중생을 인도하며, 천녀들의 천상의 주악을 들려주는 곳이다. 그래서 날개가 달린 서양 종보다, 구름을 타고 천녀가 주악을 하는 종이 우리의 것이다.

우리의 유물 상원사의 동종을 보지 못하고 아쉬움에 세조 대왕이 피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목욕을 하던 관대거리 앞으로 나오니 그 앞에 계류가 흐른다. 천년의 역사도 흐른다. 그 역사 속에 여옥도 있고, 노부부위 사랑도 있다. 노부부의 사랑처럼 우리 부부도 서로 격려하고, 사랑으로 뭉친 가슴으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하고 사랑 노래 부르련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