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준 전 음성교육장

 

 쇠누골과 금목(金目)

 

금왕읍 쌍봉리에는 ‘쇠누골’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그 의미를 알기가 어렵다. 한자로는 ‘금목(金目)’으로 표기하고 있어 ‘쇠’는 금(金)‘으로 ’누‘를 목(目)’으로 적고 있는 것이다.

‘금왕’이라는 행정명칭은 ‘금목면(金目面)’의 ‘금(金)’과 ‘법왕면(法旺面)’의 ‘왕(旺)’을 따서 ‘금왕면(金旺面)’이 되고 읍으로 승격하여 ‘금왕읍(金旺邑)’이 된 것이다.

여기에서 ‘금목면(金目面)’은 금왕읍 쌍봉리의 ‘쇠누골’에서 온 말이며 삼성면 천평리의 ‘새누니’라는 지명도 ‘쇠누니’에서 그 어원을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쇠누골’의 어원은 무엇일까?

‘쇠눈’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쌓이고 다져져서 잘 녹지 않는 눈’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쇠눈각시버섯’의 ‘쇠눈’은 ‘소의 눈’모양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의 눈처럼 생긴 마을’이라고 해석하기에는 전혀 유연성이 없어보이지만, 마을이 음지라서 겨울이면 늘 눈이 다져져서 미끄러운 빙판길을 이루는 마을을 ‘쇠눈골’이라고 하고 ‘쇠눈골’이 ‘쇠누골’로 변화되었다고 보는 것도 한 견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겨울에 눈이 오면 어디나 빙판이 되기 마련인데 어느 마을의 빙판이 심하다고 하여 ‘눈이 다져져서 미끄러운 빙판길을 이루는 마을’이라는 의미의 마을 이름으로 명명되기에는 그 유연성이 좀 부족하다고 하겠다.

그보다는 ‘벼라는 곡식이 열리는 풀’이라는 의미를 지닌 고어에 ‘쉬’라는 말이 있어 지명에서는 단모음화되어 ‘수’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수일(水日, 壽日, 禾日 - 밭을 논으로 개간한 곳)’ - 충북 옥천근 안남면 화학리

‘수골(水谷, 禾洞)’ - 충북 충주시 금가면 유송리

‘수골(禾洞)’ - 충북 옥천군 청산면 법화리

등의 예에서 볼 때 ‘수’는 음차 표기인 ‘수(水), 수(壽)’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벼(禾)’의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쉬논골 〉쇠눈골 〉쇠누골’의 변화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농업이 생계 수단이었던 농경사회에서 농토를 가리키는 이름이 지명으로 정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벼를 심는 논’을 의미하는 ‘배미’라는 말이 지명에서 많이 쓰이고 있음은 앞에서 언급한 바가 있다.

벼농사가 시작되면서 ‘논골’(제천시 봉양읍 공전리)이 생겨나고, 벼농사가 점차 확산되자 밭이었던 농지를 논으로 개간하면서 그 용도가 새롭게 바뀐 땅에 대한 이름을 지어 부를 필요성이 있어 ‘쉬논골(벼논골)’이 생기게 되어 이것이 ‘쇠누골’로 변화된 후 한자로 ‘금목(金目)’이라 표기된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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