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읍 초천1리

초천1리 구례골 전경.
초천1리 구례골 전경.

▲초천1리 뱅거리 마을 전경.
▲초천1리 뱅거리 마을 전경.

늦가을이다. 짙은 단풍, 낙엽들이 흩날린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일상에 쫓겨 섣불리 나서기가 두렵다. 이런 이들에게 가깝지만 여행의 기쁨을 오롯이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음성읍 초천1리(이장 최명옥)다.

이번 호 초천1리로 기자와 함께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편집자 주--

▲뱅거리 마을 회관 앞에 세워진 '3.1만세운동기념비' 모습.
▲뱅거리 마을 회관 앞에 세워진 '3.1만세운동기념비' 모습.

◆ 구례골.뱅거리는 안동김·초계정씨 세거지, 만세독립운동 흔적 뚜렷

음성읍 소재지에서 문화예술회관 앞을 지나, 119안전센터 앞에서 좌회전한다. 금왕 외곽도로를 지나면 가파른 옥녀봉(245m) 고개가 기다리고 있다. 이 고개는 ‘돌고개’, 어떤 이들은 ‘분티고개’라고 부른다. 이 돌고개 정상에서 우회전, 깊은 산골짜기를 돌고돌며 난 좁은 도로를 약 4km 정도 내려가면 초천1리다. 하지만 이 길은 좁고 굴곡이 많은데다가, 군데군데 위험요소가 도사리다. 여기에 저수지 공사로 길이 울퉁불퉁하다. 당분간 이용하기엔 적당치 않다. 좀더 안전하고 넓은 길을 가려면 돌고개에서 직진해 초천2리를 거쳐 구 덕생초등학교까지 내려온다. 덕생초를 지나자마자 소여리로 연결되는 453번 지방도를 따라 우회전해 올라가면 초천1리. 주민들은 오히려 이보다 뱅거리, 소여리를 거쳐 나가는 빠른 길을 선호한다.

초천1리 ‘구례골’은 보현산(482m) 옥녀봉 자락에 아홉 개 골짜기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마을지형은 Y자형 골짜기를 따라 논과 밭이 길게 펼쳐져 있다.

초천1리 한자지명 ‘초천’은 냇가에 풀이 많아 붙여진 이름으로, 우리말로는 ‘풋내’다. 초천1리엔 두 개 자연부락이 있다. 바로 구례골과 뱅거리 마을. 구례골은 행정구역 통폐합 전 덕전리 지역에 해당한다. 구례골은 마을에 안동김씨 세거지가 있어, ‘예절을 구한다’는 또 다른 의미로도 전해져온다. 구례골 마을회관 옆에 마을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그 옆엔 ‘애국지사 김영익 선생의열추모비’가 마을의 품격을 높여준다. 뱅거리는 구례골 북쪽, 소여리로 넘어가는 구리고개 왼쪽 끝, 보현산 자락이 폭 감싸고 있다. 뱅거리 회관 옆에도 3·1독립만세운동 유적비가 세워졌다. 뒤편 산기슭에는 백청사(栢淸祠) 백청묘원(栢淸墓苑)이 ‘초계정씨 세거지’임을 알려준다.

초천1리에서 농촌일손돕기 활동을 전개하며 캐논코리아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천1리에서 농촌일손돕기 활동을 전개하며 캐논코리아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 많아

최명옥 이장은 현재 50가구 약 120여명 주민이 산다고 마을 규모를 소개한다. 마을에 논밭 과수원이 많아 주민들은 벼와 고추, 인삼과 과수 농사를 주로 짓는다. 주요 농산물로는 인삼과 고추인데, 이외 콩·감자·고구마 등을 소량 재배하지만, 근래 고라니.맷돼지 횡포가 심해지면서 참깨.들깨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례골엔 몇 년전부터 수도권에서 이농과 귀촌한 주민들이 지은 산뜻한 주택이 몇 채 늘어났다.

초천1리엔 전국적으로 크게 이름을 떨친 인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지역에서 나름대로 위치를 잡고 활동하는 인물들은 많다. 앞서 언급했듯 3·1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김영익, 정문영, 정대영, 최만득 공 같은 애국지사는 마을을 넘어 지역에서 자랑스런 인물들이다. 주민들은 이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워 마을의 품격을 높여놓았다. 서예가 김재신 씨와 행정관료로 김만회 씨가 있고, 또 2009년 70세가 넘어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재갑 씨, 뱅거리 김상용 씨 아들도 박사학위를 취득해 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성하용(동양정보주식회사 설립) 씨는 그동안 마을 일에 많이 협조했으며, 뱅거리 정인악 씨는 마을회관, 음성고 과학관을 건축.기부하기도 했다. 근래 들어선 국내 전통묵공예기능인으로 무형문화재 지정이 예상되는 한상묵 씨가 뱅거리에 이주해와 활동하고 있다.

▲구례골 마을 위쪽에 저수지 조성 공사가 진행중이다.
▲구례골 마을 위쪽에 저수지 조성 공사가 진행중이다.

◆ 청정환경 아름다운 마을 만들어 갈 것

그동안 초천1리 주민들은 덕생지구 군부대 낙하산훈련장 건립 저지, 골프장 건설 반대, 양계장 건립 저지 운동을 펼치면서 청정한 마을환경을 지켜왔다. 또한 매년 농약.쓰레기 분리 수거활동으로 150여만 원 가량의 기금을 마련하고, 활발한 꽃길가꾸기 사업에 이어 연기없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1사1촌 정책에 따라 자매결연을 맺은 캐논코리아 임직원과 가족들이 매월 찾는 등 상호방문행사를 통해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구례골 마을회관 옆에는 어르신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을 마련했다. 여기에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마을회관 앞에 공동 빨래터 조성 등 소하천을 정비할 계획이다. 또한 구례골 위쪽에선 저수지 조성공사(2016-2019년)가 한창이며, 연기없는 청정마을을 위해 쓰레기 분리수거 시설을 설치했다.

 

역사의 전통과 늦가을 서정(抒情)이 내려앉은 구례골과 뱅거리 마을. 골짜기 깊고, 깨끗한 마을. 초천1리로 가을이 지나기 전, 독자들이여! 발길을 돌려보시라.

▲연기없는 마을 가꾸기 사업 일환으로 설치한 쓰레기 분리 수거장 모습.
▲연기없는 마을 가꾸기 사업 일환으로 설치한 쓰레기 분리 수거장 모습.

 

◆ 우/리/동/네/사/람/들

 

최명옥 이장

▲최명옥 이장.
▲최명옥 이장.

“깨끗하고 살기좋은 마을 만드는 데 힘쓰자”

 

순박하고 성실한 농부인 최명옥 이장은 구례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6년여 동안 이장을 맡고 있는 그는 “무엇보다 바쁜 가운데도 매달 서울에서 마을을 찾아주는 캐논코리아 김천주 회장님과 임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꽃길가꾸기. 연기없는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깨끗하고 살기좋은 마을 만드는 데 다함께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현재 부인 정연순 씨와 함께 정드림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 이장은 두 아들을 자녀로 두고 있다.

 

김재선 노인회장

▲김재선 노인회장.
▲김재선 노인회장.

“주민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구례골 마을회관 뒤에서 살고 있는 김재선 노인회장. 적지 않은 나이에 논.밭 농사를 마무리하는 요즘은 그야말로 눈코 뜰새없이 바쁘기만 하다. 고달픈 농사일 가운데서도 기자를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김 노인회장. “구례골에는 약 30여 명 노인회원들이 있다”고 소개하는 김 노인회장은 “회원들 모두 건강하게 농사일 잘 마무리하고, 가정도 평안했으면 좋겠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에는 마을회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현자 부녀회장

▲장현자 부녀회장.
▲장현자 부녀회장.

“마을 일에 불평하지 않고 함께해준 회원들이 너무 고마워요”

 

향우회장 김상회 씨와 결혼해 초천리에서 살고 있는 장현자 부녀회장. 남동생(창현) 역시 마을 총무를 맡아 마을 일에도 열심이다. “초천1리 구례골에는 현재 약 30여명의 부녀회원들이 있다”고 소개하는 장 부녀회장은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꽃길가꾸기사업, 1사1촌 사업 등 마을 일에도 부녀회원들의 손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쁜 가운데도 불평하지 않고 함께해준 회원들에게 감사하다. 회원들이 건강하길 바란다”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