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면 마이산

마이산 외성인 망이산성 모습.
마이산 외성인 망이산성 모습.

▲마이산 정상 표지석.
▲마이산 정상 표지석.

첫눈이 왔다. 주말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산행을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산행전 흩날리는 눈발을 보면서 망설여진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첫눈을 맞으며 드디어 등산로 입구에 섰다. 눈속에 뿌옇게 버티고 선 정상을 바라보니 잠시 주춤한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첫발을 뗀다. 눈속에 숨어있는 낙엽을 비롯해 올봄에 심은 듯한 소나무, 잣나무 여린 묘목이 말없이 반긴다. 언덕 하나를 넘어 내리막길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여기서 멈출까하는 생각이 다시 또아리를 튼다. 갈수록 짧아지는 해를 생각하면 자꾸 산행을 멈칫하게 만든다. 이왕 나선 것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을 여러번 고쳐먹으면서, 그렇게 첫눈 내리는 주말, 기자는 홀로 삼성면 마이산을 올랐다. --편집자 주--

▲마이산 정상에 선 소나무에 첫눈이 쌓여 있다.
▲마이산 정상에 선 소나무에 첫눈이 쌓여 있다.

■ 한남금북 정맥 끝, 충북의 마지막 명산

 

마이산(472m)은 삼성면 대사리와 양덕리와 대야리, 그리고 경기 안성시 일죽면 금산리, 이천시 율면 산양리 등에 걸쳐 있다. 그야말로 마이산은 음성군의 명산으로 경기 남부권과 충북 경계에 우뚝 솟아있는 산이다.

마이산은 또한 백두대간 속리산 천왕봉에서 분기해 보은, 청원, 청주, 괴산, 증평, 음성, 금왕을 휘돌아 북서쪽으로 치달려온 총 158.1km에 이르는 한남금북 정맥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남금북 정맥은 남한 중부권을 남북으로 나누는 산줄기로서, 한강 물줄기와 금강 물줄기 경계를 잇는 산줄기를 일컫는다. 이 한남금북정맥은 마이산 서남쪽 연장 선상에 있는 안성시 칠장산에서 남쪽으로 한남정맥과 북쪽 한남금북정맥으로 나뉜다. 경북 상주에 속한 속리산 천왕봉 일부와 마이산부터 서쪽 칠장산까지 경기 일죽.안성 구간을 제외한다면, 산줄기와 고개 대부분이 충북을 가로질러온 한남금북 정맥 발걸음은 이 마이산에서 충북 지역의 발걸음은 끝이 난다. 물론 대야리부터 시작해 마이산을 넘어 안성시 칠장산까지 동서로 늘어진 경기-충북 도계는 연장된다. 그러나 마이산을 끝으로 실질적인 충북에서의 발걸음은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마이산(馬夷山.馬耳山)은 ‘외적을 망보는 산’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 망이산(望夷山)이 변한 이름이다. 일명 ‘매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쪽으론 삼성면 대야리와 안성시 이죽면 사이에는 황색골산(352m)과 죽림산(352m)이 나란히 서서 마이산을 우러러 보는가 하면, 남서쪽 양덕리에는 죽절골앞산이 마이산 무릎에 나지막히 앉아 있다. 이들 산지 동사면에서 흘러내린 물은 삼성면 양덕저수지와 마이제에 유입되어 덕정리 일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망이산성 외성 우물터 모습.
▲망이산성 외성 우물터 모습.

■ 망이산성과 봉수대, 군사통신의 요충지

 

외적을 망보는 산이라는 이름 뜻에서 짐작할 수 있듯, 마이산은 옛날부터 군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이 마이산 정상부에는 망이산성이 축조돼 있다. 내.외성 구조를 갖춘 망이산성은 정상을 중심으로 토성인 내성이 축성돼 있다. 그리고 이곳을 기준하여 북쪽으로 약 3Km 주위에 외성 성곽을 돌려쌓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또한 산 정상엔 석축을 쌓아올린 봉수대가 있다. 봉수대는 옛날 대표적인 통신 기능을 담당했던 곳. 특히 마이산 봉수대는 충청북도를 경유하는 세 갈래 봉수로가 집결되는 중요한 요충지로서 역할을 감당했다. 마이산 봉수대는 즉 동래-경주-영천-안동-충주를 거쳐 올라오는 제2봉수 노선의 직봉(直烽)과 소백산맥상 계립령(鷄立嶺)과 추풍령(秋風嶺)을 넘어오는 간봉(間烽)이 이곳 마이산 봉수에서 합쳐져 경기도 안성과 용인·광주를 거쳐 서울 목멱산 봉수로 전달되었다고 한다.

국립지리원이 발행한 지형도엔 마이산 정상에 우뚝한 고대(高臺)가 있는데, 이것이 곧 봉수대 석축부다. 이 석축벽은 동서 장방형으로, 동서 길이 약 22m, 남북 12m 폭 구조를 띈다. 대개 봉수대가 평면이 지형에 따라 원형 혹은 타원형을 이루는 것과 대조적이다. 내외벽을 석재로 축조, 1.5m 정도 두꺼운 석벽을 이루고 있는데, 내벽 높이는 약 1.5m이나 외벽은 2~3m의 높이다. 이 석벽 북쪽으로 비교적 넓은 평지가 있다. 이는 건물지로 보이기도 하나, 외곽이 높게 담장처럼 돌려지고 중간부 지면이 얕게 파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혹시 저수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를 비롯한 조선 후기 고문헌에서 마이산은 충주현 서쪽 백 여리 떨어진 지점에 있고, 산 정상에는 마이산 봉수대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조선 후기 영조-헌종 연간에 편찬된 <충청도읍지>에서는 지도에 망이성과 봉대가 표시되어 있고, 봉수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까지 기록되어 있다.

봉수대 주변에는 기와편·토기편·청자편·백자편들이 산재한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마이산 정상이 중요한 곳으로 이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마이산과 서쪽 황색골산 사이엔 차현고개가 있다. 이 고개로 삼성면 양덕리와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화봉리를 연결하는 지방도가 있고, 남북을 관통하는 중부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량의 굉음이 윙윙거린다.

▲마이산 등산로 800고지 지점에 만들어진 전망대에 쌓인 눈과 흐린 전망 모습.
▲마이산 등산로 800고지 지점에 만들어진 전망대에 쌓인 눈과 흐린 전망 모습.

■ 산 아랜 골프장,양덕저수지,생활체육공원 등 가볼 곳 많아

 

마이산을 오르는 길은 여럿이 있다. 그 중 음성군 지역에서 가장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 길은 양덕1리 동리마을 서쪽 700여M 지점에서 오르는 길을 강력히 추천한다. 여기선 정상까지 1시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등산로다. 2년 전 본 기자가 ‘등산로 중간 약 700여M 구간을 벌목 훼손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는데, 이후 주인이 따로 등산로를 만들고, 잣나무.소나무 등을 새로 심은 듯 하다. 키작은 묘목들이 눈속에 파묻혀 등산객들의 발길을 지켜보고 있다. 30여 분을 올라가니, 800고지 쯤에 음성군에서 조망대를 만들어 쉼터를 마련했다. 눈으로 인해 시야가 흐려 삼성,대소,진천까지 펼쳐진 경치을 시원하게 볼 수 없어 아쉽다. 잠시 목을 축인 후, 발걸음을 재촉하니, 금새 새롭게 단장한 석축의 마이산 외성이 눈에 쑥~ 들어온다. 성벽 계단을 올라 눈 아래로 펼쳐진 곳을 보려니, 아직도 시야는 흐리기만 하다. 왼쪽 20M 지점엔 움푹 패인 곳이 널적하게 깔려 있다. 옛날 우물로 사용됐다는 설명이 붙은 표지판이 이곳이 어떤 곳임을 알려준다. 매산사와 헬기장 쪽으로 오르는 오솔길은 고즈넉하다. 헬기장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정상인 봉수대 향한다. 정상부엔 봉수대가 자리를 잡았다. 그 옆엔 소나무와 참나무 한 그루가 시간이라는 바람을 무심하게 맞으며, 수많은 등산객들을 맞고는 곧 떠나보냈으리라. 거기서 남쪽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면 우물과 쉼터가 목을 축이고 한숨을 돌리라고 유혹한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기지개를 켜고 다시 내려오는 길. 눈이 그치고 조금 시야가 트였다. 비로소 어렴풋이 산 아래 풍경들이 눈에 잡힌다. 동쪽으로부터 용대리 골프장, 대야리 대실마을 연못, 동리 장승, 양덕저수지, 향악당, 삼성생활체육공원, 중부고속도로 음성휴게소, 삼성하이패스IC, 대사리 골프장 등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산 남쪽 아래 양덕리에선 조선 광해군 때 권신이었던 이이첨과 당대의 요부 장녹수가 성장했다고 전하는 이야기가 지친 기자의 귀를 쫑긋하게 한다.

▲망이산성 외성 오솔길에도 눈이 쌓여 있다.
▲망이산성 외성 오솔길에도 눈이 쌓여 있다.

▲마이산을 오르는 계단에 낙엽과 눈이 쌓여 있다.
▲마이산을 오르는 계단에 낙엽과 눈이 쌓여 있다.

▲마이산 정상 밑 쉼터에 있는 우물 모습.
▲마이산 정상 밑 쉼터에 있는 우물 모습.

▲마이산 바위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
▲마이산 바위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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