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종 렬 전 음성교육장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 법’이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이후, 과도한 접대문화가 줄어들고 사소한 청탁도 거절하는 문화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려시대 때 이규보는 과거에 매번 낙방했다. 그는 집 대문에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한이다.(唯我無蛙 人生之恨)’라는 글귀를 써 붙였다.

어느 날 임금이 민정을 살피러 나왔다가 이 문구를 보게 되었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임금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이규보의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다. 마침내 이규보와 마주앉게 된 임금은 대문에 붙어 있는 문구에 대해 묻게 되고 이규보가 이에 답하게 된다.

“옛날에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내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3일 후에 노래시합을 하자면서 심판은 백로가 보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노래에 자신이 있던 꾀꼬리는 좋다고 했습니다. 시합 날이 다가오자 꾀꼬리는 목청을 가다듬고 노래연습을 하는데 까마귀는 노래는 하지 않고 개구리만 잡으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3일 후의 노래시합에서 목소리가 거칠고 노래솜씨가 형편없는 까마귀가 이겼습니다. 까마귀가 백로에게?개구리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이규보가 불의와 불법으로 얼룩진 나라를 비유해서 한 말이다.

이규보의 말을 들은 임금은 과거 보러가는 선비인척하면서 “며칠 후에 임시과거가 있다기에 개성으로 가는 길”이라며 이규보에게도 과거볼 것을 권했다. 임금은 환궁한 후 임시과거를 명하고 시제를 ‘유아무와 인생지한(唯我無蛙 人生之恨)’으로 내걸게 했다.

이 임시과거에 이규보가 합격했음은 물론이다. 이때부터 ‘개구리 와’(蛙), ‘이로울 리’(利), ‘백로 로’(鷺) ‘와이로’란 말이 생겼다고 한다. 2015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세계부패 인식지수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174개국 중 43위이다. 31위인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보다도 못하다. 이웃나라인 싱가포르는 7위이고, 일본은 15위, 대만은 35위다.

가장 투명한 나라 1위인 덴마크는 무인판매대에 지갑을 떨어뜨려 회수율을 실험 했더니 회수율이 100%이었다. 덴마크는 국회의원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특혜와 특권을 거부한다고 한다.

북유럽의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물 만큼이나 핀란드의 사회는 구석구석이 유리알처럼 투명하다. 비리가 적발되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데 총리가 과속으로 벌금형을 받았던 사례는 너무나 유명하다. 공직자들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주는 것도 뇌물로 간주돼 처벌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은 접대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정계건 재계건 조금이라도 정직하지 않은 돈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핀란드는 의회의사당에서 고급승용차는 물론이고 소형차도 보기 힘들고 반면에 자전거가 즐비하다. 지하철 버스 등으로 출퇴근하는 의원들과 고위공직자들의 모습도 자연스럽다.

옴부즈만 발상지인 스웨덴에서는 공직자가 이해관계자나 직무관련자에게 맥주 한잔을 얻어먹어도 처벌받는다.

부패가 사라지고 뇌물 없는 맑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의 잣대를 엄하게 들이대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을 없애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이 땅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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