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음악에서 보면 도돌이표라는 기호가 있다. 일정 부분까지를 되풀이해서 연주할 때를 가리키는 표시이다. 바로 현 정부 하에서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정책갈등은 도돌이표를 생각나게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던 신고리 원전 5호기와 6호기의 건설을 중단하였다. 공론조사위원회 통해 이의 제개 혹은 철회 등 모든 것을 결정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얼마 전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이 60년에 걸쳐 진행될 것임을 밝혔다. 이와 같은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정책의 전환은 패러다임의 변화라 할 만큼 커다란 반향을 불러올 것이 확실하다.

당장 이들 정책에 대해 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이 집단 성명을 발표하였고, 원전건설예정 지역 주민들과 관련 기업들의 반발이 역시 제기되었다. 뿐 만 아니라 과연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시장의 개편에 대한 많은 우려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기 값이 30%가량 오를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에너지원도 아니며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 ‘원자력발전은 결코 위험하지 않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 수준을 가진 원전산업을 고사시킬 것이다?’등등 많은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를 보며 과거 30여 년 동안의 원전관련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원전과 관련한 논쟁이 처음 사회적으로 가시화된 것은 1990년에 있었던 소위 ‘안면도 사태’이다. 원전이 늘면서 방사능폐기물처리장(방폐장)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처음 후보지로 거론된 곳이 안면도 지역이었다.

이어 웅진군의 굴업도와 부안군의 위도가 그 후보지로 차례도 등장하였다. 이중 안면도와 위도 지역의 건설과 관련하여서는 거의 ‘폭동’수준의 격렬한 주민들의 반발이 발생하면서 원전에 대한 안전성 논쟁이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었다. 특히 2003년 부안 위도의 방폐장 건설은 국립대 캠퍼스 조성 등 수천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지원이 약속되어 있었다.

해당 단체장은 이를 기반으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등 찬성입장을 보인 반면, 지역주민들은 방사능오염 등의 이유를 들어 격렬한 반대를 이어갔다. 이렇게 지역주민과 단체장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지역 내의 유명 사찰을 방문하였던 군수가 지역 주민들에 의해 생명 위협을 받을 정도의 폭행을 당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였다. 급기야 단체장의 유치노력이 무산되었다.

그러나 일대 반전은 1년 후에 발생하였다. 정부는 방폐장건설과 관련하여 후보지 선정방식을 변경하여 지역발전을 위한 막대한 자금의 지원을 약속하며 후보지 선정을 공모하였다. 공모결과 4개 지역이 신청하였고, 2005년 주민투표에서 가장 많은 찬성률을 얻은 경주시가 후보지로 최종 선정되어 현재 방폐장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경주의 가장 큰 경쟁지역이 부안군과 맞대고 있는 군산시였다는 것이다. 방폐장과 지역발전의 연계를 최초로 추진하였던 부안은 격렬한 반대 속에 무산된 반면 군산은 이를 유치하기 위해 주민들이 압도적 찬성을 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간발의 차이로 유치에 실패하였다. 그 사건 이후 부안주민들에게 한동안 원전은 금기어가 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보이는 위험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무섭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길도 낮과 달리 밤에 무서움을 느끼는 이치와 같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매일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아무도 운행 중단을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유의미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적도 없는 방사능에 대해서는 공포에 떨고 있다. 원전과 방사능의 위험은 객관적 실체에 의한 위험이 아니라 주관적 인식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것은 방폐장 건설과정에서 있었던 부안과 군산 지역주민의 선택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혹자는 현재의 탈원전 정책이 허구의 영화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과도한 비난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방폐장 건설과정에서 원전과 방사능위험과 관련하여 많은 논쟁이 있었다. 그 결과로 경주에 방폐장이 건설·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들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 자칫 국력 낭비가 아닐까 한다. 음악에서 도돌이표는 그 곡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과연 이번 원전정책논쟁이 우리 에너지산업과 삶을 더욱 발전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