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교수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얼마 전 사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는 방송이 방영되었다. 한 부모님이 자신의 자녀는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도 몇 개의 외국어를 잘하고 있으며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특목고에 입학한 사례를 설명하였다. 학생 역시 자신은 단 한 번도 사교육을 받지 않았음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 비결은 아버지와 자녀가 도서관을 친구삼아 책읽기 습관을 들이고 인터넷을 통해 혼자 외국어를 공부하는 학습요령을 익혔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훌륭한 부모이고 자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방송을 보며 왠지 사교육의 맥을 잘못짚은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사실 사교육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가장 큰 것이 사교육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 가정소비의 왜곡을 가져올 뿐 아니라 노후 빈곤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또한 자녀들은 아동학대라 만큼 부모의 선택과 의지에 끌려 다니며 원하지 않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선행학습으로 인해 공교육의 왜곡 등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 사교육이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명문대입학이 21세기 미래 산업 전망에서 과연 옳은가? 라는 의문이 남기도 한다.

그러나 사교육의 문제를 소비 주체인 학부모의 입장에서 한번 되짚어 본다면 어떨까? 2명의 중학생 자녀를 보내는 입장에서 변명을 해보고 싶다. 사실 사교육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 이외에 이루어지는 ‘보충학습’ 중의 하나이다. 정규수업 이외에 이루어지는 동아리활동, 방과 후 학교수업, 학원의 수업 그리고 숙제 등이 보충학습이다. 장소가 학교이냐? 학원이냐 그리고 도서관이냐? 의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이와 같은 보충학습은 다양한 수요에 의해 이루어진다. 미래의 직업, 취미생활 그리고 추가적인 학습을 위해 이루어진다. 또한 분야도 다양하다. 국어, 영어, 수학, 축구, 야구, 바이올린, 미술 등 별별 보충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장소도 학교, 학원, 과외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원인에도 불구하고 학원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이 사회악이라는 문제접근은 현상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앞에서 소개된 학생은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지 보충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원 대신에 도서관과 인터넷, 학원선생님 대신에 부모님이 보충교육의 충실한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학생과 부모님의 자질과 여건이 부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교육시장에 의존한 학생들과 부모들이 비난의 대상처럼 그려지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직접 지도할 여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맞벌이 부모님의 경우 보충교육을 위해 타인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이 분들에게 있어서 학원은 사교육을 실시하는 사회악이 아니라 보충학습을 해주는 고마운 곳일 뿐이다.

보충학습 중 사교육만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가계 부담이 가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편 가름이 여기에도 여실히 적용된다. 사교육을 통해 부자가 교육마저도 독차지하려 한다는 의심이 이를 비난케 한다.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이것이 사교육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인간의 욕망을 규제하려는 이와 같은 정책들은 실패하고 말 것이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과거 사회개조를 내걸고 실시되었던 중국의 문화대혁명,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등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조금만 생각한다면 알 수 있다.

현재 이루어지는 사교육을 포함한 보충교육의 문제는 학생들의 특성이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학교와 같은 공조직이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욕구를 수용하지 못함으로써 사교육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교육비용의 문제는 이를 억압하려 하기보다는 공조직을 활성화함으로써 이들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지름길일 것이다. 아울러 모든 학생이 의사, 법관이 될 수는 없다. 아이들의 잠재적 재능을 찾아 그것을 키워주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교육을 사회악으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이것을 발전적으로 흡수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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