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가을을 맞아 모처럼 긴 연휴동안 서울에 사는 동생네 가족과 함께 괴산의 성불산 자연휴양림과 쌍곡계곡을 따라 산행을 했다.

맑게 트인 가을하늘은 더없이 순수하고 푸르게 다가왔고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신선하기가 그지없었다. 숲속의 잎새를 타고 와 가슴에 와 닿는 바람은 무겁던 머릿속 까지 맑게 정화시켜주는 것 같았다.

잠시만이라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오면 왜 그리도 여유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끝없는 욕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그런 자신의 모습들이 마치 낯선 타자의 모습처럼 다가왔다 사라진다.

자신에게 부족함을 채우려는 탐욕과 집착은 어쩌면 자신에게 결여된 것을 채우기 위한 발버둥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이며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인간이 욕망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문화와 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사회는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이 계속 심화되면서 물질에 대한 욕망만이 더욱 더 커져가고 있다. 그 안에서 인간은 어떠한가? 오히려 더 소외되어가고 자신의 욕망이 아닌 타자의 욕망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명품 백을 들고 다녀야 가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외제차를 타고 다녀야만 멋지게 사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짝퉁이라도 명품 백을 들고 다녀야한다는 욕망은 타자로부터의 인정을 받기위한 욕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정에 집착하다보면 결국 내가 아닌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게 될 우려가 높다. 지나친 타자의 욕망은 인간을 속박하며 불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타자의 욕망이 나의 욕망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벗어나야만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현대 소비사회는 존재가 아닌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욕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변질시키고 있다. 타자의 욕망만을 쫓다보면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과 불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하는 삶이 행복하고 자유로울 수 없는 법 .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자끄라깡은 진정한 욕망은 존재회복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혼자 오롯이 놓여질 때 나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 “나는 타자의 욕망으로 살고 있는지 , 내 존재의 욕망으로 살고 있는지..” 오늘도 그 답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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