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극 수레의산

수레의산 전경.
수레의산 전경.

▲수레의산 정상 표지석과 이정표.
▲수레의산 정상 표지석과 이정표.

▲수레의산 정상에 세워진 정자 '수리정' 모습.
▲수레의산 정상에 세워진 정자 '수리정' 모습.

11월이다. 11월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11월은 가을의 끝, 화려한 수확의 풍성함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끝날 때쯤엔 초겨울을 맞아 쓸쓸함과 연말을 앞두고 지나온 한해를 되볼아보는 회한으로 마무리한다.

11월을 보내며, 본보는 독자들과 함께 생극면 ‘수레의산’(679.4m)을 등산하려고 한다. --편집자 주--

천문대에서 올려다 본 수레의산 전경.
천문대에서 올려다 본 수레의산 전경.

▲음성군 중북부 지역을 품고....

노령산맥에서 이어진 남쪽 줄기상에 위치한 수레의산은 음성군 중북부 지역인 생극면 생리와 차곡리에 걸쳐 있다.

수레의산은 음성군 북단에서 내려오는 오갑산(609m)-원통산(645m)-수리산(505m)의 오갑지맥을 잇는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수레의산은 남쪽으로 부용산(644m)-보현산(483m)으로 힘차게 뻗어가는 부용지맥을 형성한다. 또한 수레의산은 부용산에서 동쪽으로 틀어 우뚝 솟은 가섭산(709.9m)과 어깨를 거는가 하면, 속리산부터 시작해 백마산(464m)-큰산(509.9m)-소속리산(431.8m)을 거치며 북진하다 보현산 손을 잡아 서쪽으로 방향을 튼 한남금북정맥을 바라보고 있다.

수레의산은 옛날에는 한자로 ‘차(車)의산’, 혹은 ‘차의산(車依산)’이라고 불렀으나, 근현대 들어 ‘수레의산’이라는 한글 이름 표기가 정착되었다.

수레의산 입구까지는 생극면소재지를 지나 차평리.차곡리로 가거나, 생리.음성동요학교.레인보우힐스CC 고개를 넘어 차곡리로 가는 길이 있다.

수레의산 밑에는 10여년 전부터 음성군청소년수련원, 수레의산자연휴양림, 수레의산국민여가캠핑장 시설이 차례로 조성되면서 사시사철 가족을 비롯해 연수 목적 등 다양한 취향을 갖춘 관광객들 발길이 활발하게 찾고 있다.

▲수레의산을 오르는 길.
▲수레의산을 오르는 길.

▲3개 코스, 부담없이 가족과 함께 산행을....

수레의산은 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정상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부담없이 가족과 함께 등반할 수 있다.

수레의산 본격 산행은 자연휴양림 숲속의집 A동 입구 왼쪽에서 닦여진 숲속동요길을 걸으며 시작하면 된다.

숲속동요길을 따라 1.1km를 걷다보면, 헬기장 입구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이정표 옆에는 3개 코스 등산로를 안내해준다. A코스는 1.4km 거리로, 헬기장에서 북쪽으로 가파른 능선을 따라 정상에 다다르는 코스다. 비교적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코스다. B코스는 헬기장 입구에서 계속 이어진 숲속동요길을 따라 산모퉁이를 돌면서 나타난 이정표에서 시작한다. 헬기장 입구에서 여기까지는 대략 350여m 거리. 1.14km의 가파른 오르막길인 B코스는 험난한 등산로라 짧은 시간, 운동효과를 원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코스다. B코스 이정표에서 숲속동요길로 650여m를 더 가면 사계절 시원한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만난다. 이 계곡 앞 산기슭에 세워진 이정표가 C코스를 안내한다. C코스는 전설의샘-상여바위-병풍바위-정상까지 2.2km 거리다. C코스는 다른 코스에 비해 볼거리가 많으므로 천천히 여유있게 오르길 원하는 등산객들에게 적당한 듯 하다.

상여바위.
상여바위.

▲전설의샘.상여바위.병풍바위, 그리고 수리정

기자는 취재에 앞서 며칠 전, 짧은 시간을 내서 B코스로 올라, A코스로 내려온 경험이 있다. 본격 취재에 나서며 기자는 C코스로 정상을 오르기로 했다.

‘전설의샘’을 만나려면 일단 고정관념을 벗어버려야 가능하다. 흔히 샘물은 계곡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하지 않는가? 작년 초겨울 늦은 오후, 기자는 이런 생각으로 전설의샘을 찾아 계곡으로 올라가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전설의샘은 이런 고정관념을 버리고,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물론 등산로에는 낙엽이 뒤덮여 있고, 안내판이 없어 일반 산길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희미하게나마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수리산-수레의산 능선 바로 밑에 전설의샘이 기다린다. 키 큰 소나무 두세 그루 밑에 안내판을 앞세운 전설의샘에는 오랜 시간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방죽과 우물 안에 풀이 우거지고, 수량도 많이 줄어들었다.

전설의샘은 권씨네 연못이라고도 부른다. 이 샘은 양촌 권근 묘를 현재 생극면 방축리로 이장할 때 조성됐다고 전해진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지나가던 노승이 “시체를 놓은 무덤 구덩이인 ‘광중’(壙中)에서 물이 나기 때문에, 수레의산 중턱에 못을 파면, 방축리 물이 수레의산 중턱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한 말에서 못을 팠다고 한다.

전설의샘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약 300여m를 오르면, 수레의산 명물인 상여바위를 만난다. 멀리서 보면 하늘로 오르는 상여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상여바위 꼭대기엔 깃털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아마 독수리나 매가 조류를 뜯어먹은 듯. 이곳에 서니 시야가 탁 트였다. 산 아래 정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흐르던 땀이 식는다.

잠시 숨을 돌리고 정상을 향해 산행을 계속한다. 곧 능선을 따라 둘러쳐진 바위가 우거진 나무 사이에 숨어 있다. 병풍바위인 듯. 그러나 안타깝게도 안내판이 없다.

다시 정상을 향해 능선을 오르면 B코스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 지점에 이정표를 만난다. 320m 앞 정상이 얼마남지 않았다. 계속 걸음을 재촉하니 이내 정상이다. 수레의산 정상을 알려주는 표지석과 그 옆으로 지난달 세운 정자가 있다. ‘수리정’(愁離亭), ‘근심이 떠나는 쉼터’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여기 오르는 이여~ 근심과 걱정과 이별하기’를 기자는 빌어본다.

하산은 A코스로 선택한다. 헬기장까지 내려오는 길이 가파르다. 수북히 쌓인 낙엽은 기자의 발목을 부담스럽게 한다. 3개 코스 등산로를 정비할 필요성이 절박하다.

헬기장은 위험한 상황에 처한 등산객들을 위해 잘 정비돼 있다. 헬기장에서 남쪽으로 다시 오르막 능선으로는 ‘묘구재’를 향한다고 이정표가 가리킨다.

이제 산행의 마지막 구간. 헬기장에서 숲속동요길까지 내리막 길은 바위와 계곡, 그리고 울창한 나무들이 조화를 이뤄 마치 원시림에 들어온 듯 하다. 약 20여 분 내려오니 차분한 둘레길이다.

 

땀을 닦고 숨을 고르며, 기자는 한 줄 시를 읊조리리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갈 사람 미련없이 가라 / 올 사람 주저하지 말고 오라 // 근심이 떠나는 쉼터 / 수리정(愁離亭)에 올라 / 문을 연다 // 안녕, 그대 잘 가라 / 멀어지는 등을 향해 / 쓸쓸하게 손 흔들어 배웅하며 / 뒤돌아온 밤 / 계절이 짙어가는 창문에 / 그리움으로 쓴다 // 환한 웃음 날리며 / 달려오는 모습 / 그리워 / 그리워 // 다시 만날거라는 / 소망이 먼저 / 그 산에 올라 / 걱정 근심과 이별한다.” --기자의 졸시, ‘근심이 떠나는 쉼터’에서--

▲전설의샘.
▲전설의샘.

▲병풍바위.
▲병풍바위.

▲헬기장.
▲헬기장.

▲수레의산 정상 석양 모습.
▲수레의산 정상 석양 모습.

▲천문대에서 내려다본 산 아래 전경.
▲천문대에서 내려다본 산 아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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