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지난 5월 산책로에서 이해가 안가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어느 30대중반의 여인이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햇볕덮개를 씌우고 한쪽 팔에는 작고 귀여운 애완견을 가슴에 안고 말을 걸며 유모차를 밀며 가고 있었다.

얼핏 보면 이상할 것 없지만 애완견은 따듯한 엄마품에 안고 아기는 차가운 유모차에 태워 끌고 가는 게 말이 되는가? 최근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이 2017년 정부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보유비율은 전체 가구의 28.1%인 593만 가구로 조사됐다.

또한 반려동물의 월평균 양육비로 월 10만원 미만을 지출한다는 응답이 70.8%, 10만원 이상을 지출한다는 응답이 28.9%로 조사됐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수가 10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애완동물을 부의 상징이나 문화인으로의 자부심으로 여기고, 개와 고양이는 애완의 의미를 넘어 동반자란 뜻의 반려동물로 승격되었다. 거기다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펫팸족(Pet+family의 합성어)도 등장했다. 애완동물에게 좋은 음식, 좋은 옷을 입히고 생일파티에 장례식도 치러 준다. 한마디로 ‘개 팔자가 상팔자’인 시대이다. 그 상팔자의 대접은 도가 지나쳐 인간들이 자괴감까지 들 정도이다.

홍삼사료에 한우 간식, 애완견전용아이스크림도 나왔단다. 거기다가 반려견의 옷도 다양하여 항공점퍼, 한복, 드레스 등 다양한 다자인으로 입히며 주인과의 커플룩은 수십만원을 호가한단다. 애완(愛玩)이란 뜻은 동식물이나 공예품 따위를 사랑하여 가까이 두고 보며 귀여워하다 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도가 지나쳐 본말이 전도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몇년전 추석에 KTX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던 한 주부는 칭얼대는 세살배기 딸을 달래느라 정신없었다. 맞은편 좌석 여성이 데리고 탄 애완견이 아기를 보자 깡깡 짖어 아기가 기겁을 하며 놀라자 엄마가 개 좀 가방에 넣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개주인은 우리아기가 갑갑해서 그러는 것이며 절대로 물지도 않는다며 큰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결국 아기 엄마는 아기를 데리고 객실연결통로에서 아기를 안고 달래며 서있어야 했다고 한다. 정말로 주객이 전도된 일이 아닌가.

개아기가 인간의 아기보다 더 존중받는 세상이 되어서야 말이 되는가? 가족이란 무엇일까? 같은 조상으로 피로 연결된 사람만이 사람의 가족이 되는 건 영원한 진실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가정이 파괴되면서 애완동물까지 가족이 되었다. 가정이 파괴된 이혼남녀, 독거노인, 결손가정의 자녀들에게 순종하는 애완동물에게서라도 가족애를 느낄 수는 있다.

물론 애완동물로 심리적 치료효과를 얻고 외로움과 고독을 이기는데 도움을 주는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동물과의 정서적교감은 스트레스의 해소와 노인들의 우울증 예방, 어린아이들의 인성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애완인들의 책임의식 결여와 남을 배려하지 않는 비매너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여름휴가가 끝나면 병들고 늙은 애완동물들이 전국 관광지에 버려지고 있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도 밤이면 버려진 고양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집어 놓는 일이 다반사다. 반려동물이라며 키우다 늙고 병들었다고 버리면 그게 어디 반려인가. 애완동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전도몽상(顚到夢想)이란 사자성어를 다시금 새겨 보아야 할 시점이다. 사람을 위해서 돈이 있는데 돈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돈의 노예가 되고, 몸을 보호하기위해 옷을 입는데 너무 비싼 옷을 입으니 온몸으로 옷을 보호한다. 사람이 살려고 집이 있는데 집이 너무 좋고 금은보화가 가득하니 사람이 집을 지키는 개가 된다는 뜻이다. 애완동물 관리로 살림살이가 쪼들리고, 이웃사람들 보다 애완동물이 우선인 세상, 가족은 품에 안지 않으면서 애완동물은 매일 품에 안고 업고 다니니 비만에 병들고, 가족끼리는 휴대폰만 보며 소통하지 않으면서 애완동물에게는 수시로 말을 건넨다.

본인은 산책하지 않으면서 개를 산책시키라고 부부싸움을 하고, 늙으신 노부모님들은 요양원에 맡겨놓고 애완견은 날마다 목욕시켜 단장하여 껴안고 다니는 것이 바로 전도몽상(顚到夢想)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은 개인의 존중받아야 할 권리이며, 자유이고 선택이다.

그러나 이제 펫팸(Petfam)족(族)분들께서는 본인들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나의 애완동물로 인하여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고 소통하며, 애완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관리하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나 기르지 않는 사람들 모두가 스트레스 받지 말고 배려하며 즐겁게 함께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