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이 쓰던 생활용품을 우리는 민속품 이라 한다. 서울 인사동 이나 장안평 청계천 등엔 이런 물건들을 모아 파는 곳이 많다.
삭막한 시멘트집 속에 그나마 여유로움을 줄 수 있는 장식품으로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 들이 시골에서 보다 서울에서 구하기가 쉽다는 것은 그만큼 서울에 사람들이 많고 장사가 된다는 얘기다.
우리집 서가 위에 나무로 깎은 나무종이 있다. 언젠가 장안평 민속품 가게를 뒤져 찾아낸 것이다.
이름을 “설렁”이라 하는 옛날의 초인종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사전에 보면 설렁줄 늘인다는 말이 있다.
주인방 앞에 매달린 손잡이에서 하인방 까지 연결된 설렁으로 이어진 줄을 말함이다. 하인을 부를때 설렁줄을 잡아 다니면 설렁이 덜그덕 거려 주인이 부르는걸 알게 되는 것이다.
나무재질은 부드럽고 질긴 가죽나무다. 어른손을 두 개 포갠듯한 모양과 크기로 커다란 대합(조개)을 연상시킨다.
속이 비어 있으며 그 속에 박달나무 추가 삼끈에 매달려 있다. 딱딱한 박달나무가 부드러운 가죽나무를 두들기니 소리가 부드럽고 무겁다.
오래 들어도 신경을 자극하지 않토록 만든 것이다. 우리 민속품의 특징은 멋보다는 기능 위주로 만들었고 단순하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음양의 해학이 깃들어 있다. 만들면서, 달아 놓고 쓰면서, 설렁은 많은 웃음을 주었으리라 두서너 시간 꽤 많은 가게를 다니며 세밀하게 살펴 발견해낸 애씀이 세월이 흘렀어도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설렁이라면 나도 그때 처음으로 보았지만 대개의 경우 나와 유사한 편으로 처음 본다는 사람이 많다.
만들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나무로 만든 것은 상하기도 쉽고 세월이 지나는 동안 깨지거나 없어지기 쉬워 별로 많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비오는날 설렁을 흔들면 둔탁하게 소리나고 맑은날은 달각달각 경쾌하게 들린다.
나무가 습기를 빨아 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오는 손님들 중에 그것이 궁금해 하는 이에겐 꺼내 소리를 들려준다.
나무종이라면 의아해 하고 설렁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 “아하!” 감탄하며 옛 사람들의 멋스러움에 놀란다.
더구나 나무의 재질을 다르게 사용한 것과 음양의 이치까지 알게 되면 민속품 하나까지 그리도 세심한 배려를한 선조들에 대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는다.
손때절은 세월이 담긴 민속품 하나도 예사롭지 않은 것은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가 거기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이알만 꼭꼭 누르고 여보세요 하면 백리 밖에서도 즉시 통화가 되는 세상이다.
이런 최첨단의 시대에 설렁은 아득한 저쪽 이야기 같으나 따지고 보면 뜻은 그리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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