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담배와 인삼을 돌려짓기하던 밭에
고추를 심었다
외국 고추가 들어오면서
품값도 못 건지는 고추농사는
갈매빛 계절에도
묵정이 되어
망초꽃 흩뿌리듯 하얗게
절망만 피웠다
담배는 이로울 것 없으니 제하고
콩 팥은 수입에 밀려 사라지고
인삼과 고추도
더 이상 경제작물이 아니다
이십여년이 넘게 흙을 일구며
살아온 길
차라리 다 접고 품이나 팔러 나설까
알몸은 흙 속에 묻어놓고
꺼풀만 남은 몸 받아 줄 곳은 있을까
고심 끝에 사과나무를 심어놓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이왕이면 경제작물이 되어
내가 사랑한 흙에 뼈를 묻을 수 있도록
남은 세월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