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소장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차별은 참으로 다양하다. 성별, 연령, 인종, 국적, 장애유무, 외모, 경제력,가족 형태 등의 차이로 이 사회에는 여전히 많은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나 성차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여성과 남성을 둘러싼 성차에 대한 오해와 이를 토대로 한 사회문화적 규범은 성역할을 규정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 시키고 있다.

성별 차이에 따른 불평등 상황을 인식하고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하는 감수성을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한다. 1990년대 중반 주로 서구 사회에서 성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정책의 주요 근거와 기준으로 제시된 개념이다. 성인지 수준은 시대, 상황, 조건에 따라 다르며, 개인이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 의해 형성되며 교육, 지식, 지각을 통해 변화되고 실천과 행동으로 표현된다. 성인지 감수성'에서 의미하는 '성(性)'은 생물학적인 성(sex)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성(gender)을 의미한다. 성인지 감수성은 협의로는 성별 간의 불평등에 대한 이해와 일상생활 속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뜻하지만 좀 더 포괄적 의미로는 성평등에 대한 의식과 실행 의지, 실천력을 포함하는 능동적이며 지적인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여성은 일보다는 사랑을 위해 노력해야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의와 성공을 위해 달려가기보다는 자신의 욕구를 희생하고 남성의 성공을 돕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져 왔던 시대도 있었다. 여성성을 애정과 위안을 베푸는 것으로 정의하는 사회라면 여성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희생도 참고 견뎌내는 것이 더 존경받을 만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남편 때문에 한 여성의 삶이 만신창이가 되고 가정이 파탄나면서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여성의 희생을 당연히 요구해왔는지도 모른다.

공격성과 폭력성을 남성성의 일부로 여기는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은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스스로 폭력에 대해 매우 허용적인 모습을 보이며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상담현장에서 필자가 만나고 있는 가정폭력 행위자들의 주된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여성은 사노동과 임신,출산,양육과 같은 가족에 대한 돌봄과 헌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다보니 남성과는 달리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가 어렵고 그 결과 경력 단절을 겪게 되면서 소위 ‘질 좋은 일자리’ 안정된 고용 형태가 아닌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오히려 높아져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발표한 ‘2019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여성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의 68.8% 로 “ 임금격차 30% 넘는 한국이 유일하다”라고 보고하였다. 남녀 임금격차는 1998년 36.9%에서 2008년 33.5%, 2018년 31.2%로 꾸준히 좁혀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최하위권이다.

육아와 돌봄의 공유를 전제로 육아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만 전가되지 않아야한다. 가정과 학교, 직장과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남성과 여성을 떠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고 일과 삶의 균형을 이뤄가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 차원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되어진다. 최근 학교나 직장에서 성인지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평등한 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 개인의 차원에서 차이와 차별에 대한 민감성을 인식하고 평등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구성원들의 성인지감수성이 결국은 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크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 성인지감수성은 어디까지 왔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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