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국내 1인 가구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지난해 579만명을 기록했다. 2000년 1인 가구 수보다 2.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작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통계청 인구주택조사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에서 1인가구가 최근 30년 사이 7.7배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1인 가구 증가현상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게 급증한다는 게 문제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2010년대부터 생긴 신조어 중에 가장 비 인륜과 반사회적인 말로 3포세대라는 말이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그냥 넘어 갈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연애, 결혼, 출산의 거룩함을 포기하라고 부추기는 이기적인 말이다. 지난해 지속가능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결혼은 꼭 해야 하나?'라는 설문에 응답자의 46.5%가 그렇다. 그렇지 않다가 36.3%, 모르겠다가 17.2%였다고 한다. 특히 결혼은 안 해도 된다는 여학생들의 응답 비율이 47%로 남학생 38%보다 높아 여성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지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혼자생활이 만족스러운 사람도 있고, 경제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종교인이나 예술인과 같이 공감할 만한 이유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독신으로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부모, 자녀, 형제, 부부를 왜 가족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다른 인간관계와는 어디가 다른가?

우선 부모· 자녀 관계나 형제는 서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라는 점이 특징이다. 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부관계란 결혼이란 관계로 자녀를 생산하게 되면, 피의 관계로 연결되게 된다. 이해관계를 넘어서 기거(起居)를 함께 하며 공주(共住)하며 생계를 함께하는 사이에 있다. 그래서 이들을 가족이라고 한다. 또 식구(食口)라고도 하는 것은 옛날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시절에 가족원을 먹는 입으로 따졌기 때문이다. 가족관계는 상호관계가 아주 짙어서 이 지구상에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밀접한 관계이다. 가족관계는 모든 이해관계를 넘어선 관계이다. 일일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돈으로 따지거나 증서를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공부시켜 주고, 결혼시켜주면서 돈을 투자했다는 증서를 남겨놓거나 그 대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자녀에게 사랑을 주면서 너에게 사랑을 주니까 너희들도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고도 강요하지 않는다.

돈 주고 이자 받지도 않을뿐더러 심지어는 자기의 생명까지도 내주는 사이가 아닌가? 이런 일은 가족이 아니면 찾아볼 수가 없다. 모든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해관계를 넘어설 뿐 아니라 같이 살면서 모든 일상생활을 같이 하는 관계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사람이 사람인 한은 가족 속에서 비로소 사람다워지는 것이다. 이 지구상에 있는 많은 조직 중에서도 가족만큼 변화가 적은 것은 없다. 회사가 가장 빨리 변하고 군대, 학교, 각종단체 등 그 조직이나 운영방식이 변하지만 가족이라는 조직만은 백년이 지나도 그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예가 많고, 원시사회는 몇 천 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옛날에는 어떤 집안인지를 알면 그 집안사람의 사람됨을 알 수 있었듯이 집안의 법도, 풍속, 내력 같은 것이 면면이 이어져 내려와서 같은 집안사람들은 거의 똑같은 점이 많다. 그래서 가족에는 독특한 내력이 있는 것이다. 부모, 자녀, 형제, 부부는 집의 구성멤버로 가족(家族)이라고 하는데 이 族이라고 하는 것은 기원을 같이하는 동지라는 뜻이 있듯이,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가족이다. 같은 조상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핏줄기와 전통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가족개념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동성애자도 가족이라고 우기고,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가족이라고도 하고, 또 심지어는 혼자 사는 독신자도 독신자 가족이라고도 하니 가족이라는 것이 점점 이상하게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족을 좀 낭만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가족이란 인간이 그 속에서 생명을 얻고 생명을 마무리 짓는 집단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태어난 인간의 아기라야 비로소 인간다워진다. 가족은 인간이 인간답게 될 수 있는 이 지구상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기 쉽지 않은 존재다. 함께 더불어 살아갈 때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농부작가인 ‘전우익’은 그의 책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에서 ‘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 아니껴’ 라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 준다.

한자의 사람 인(人)자를 보아도 사람은 서로 기대어 함께 살라는 의미를 형상화하였지 않았는가. 혼자가 아닌 함께 사는 세상, 우리는 숙명적으로 연인과 부부, 가족과 친척, 남녀노소 이웃과 모두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혼자 살아 편안하다고 폐쇄적 공간에 갇혀 있지 말고, 조금은 불편하고 신경을 써도 열린 공간에서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맛보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당신의 가족이 행복하면 당신 주위 평균 5명이 그 날 하루 함께 행복하다고 한다. 작은 불빛들이 모여 어둠을 걷어내고 주위를 밝히듯 각 가족들의 삶이 함께하는 밝고 건강한 의식을 가질 때 우리 모두의 삶이 행복해 질 것이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