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회, 살롱아루스, 현대사진연구회의 리더로 활약한 사진가겸 평론가 이형록.
신선회, 살롱아루스, 현대사진연구회의 리더로 활약한 사진가겸 평론가 이형록.
『일제시대인 1930년대는 사진작품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일본인이었고 한국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는데, 하지만 사진을 찍어 예술 작품을 이루겠다는 열정만은 대단했어요.』

일제 점령기부터 사진을 시작, 지금까지도 틈틈이 사진 평론을 쓰고 있는 사진가겸 평론가 이형록을 필자가 그의 자택(경기도 부천)으로 찾아가 만났을 때 자신의 사진시작 즈음의 상황을 이렇게 얘기했다.

사진가들이 열정을 쏟아 사진예술작품을 이루는데는 각자의 근성과 끈기가 서린 지식과 집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사진가들이 모여 보다 나은 사진활동을 위해 사진단체나 서클을 조직하고 모이는데 여기에는 언제든지 그회원들을 리더로써 이끌어갈 사람이 필요하다.

이형록은 사진가가 된후 자신의 사진세계를 이루어가면서 한편으로 많은 사진가들과 어우러져 맹렬한 사진활동을 펼치는것과 함께 그들의 리더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강원도 강릉의 부자집 아들로 태어난 이형록은 약관 20세를 막 넘긴 청년으로 형 이상록이 운영하는 강릉의 사진기재상겸 사진관 창륭사진관에서 사진을 배우다가 때마침 부산에서 강릉우체국직원이 된 임응식을 만나 본격적인 사진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형록은 임응식과 함께 강릉사우회를 조직, 열렬한 사진활동을 하면서 10여명의 회원으로 1937년 동해상사 대합실에서 창립전을 열어 회화주의 풍경과 정물사진을 전시했다.

살롱사진이 주(主)를 이루던 당시에는 살롱픽처가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면서 외형적으로도 무드가 넘쳐난다고 하던 때였다.

이렇게 사진을 시작한 이형록의 사진 역사에서 제일 으뜸으로 꼽히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신선회와 살롱아루스를 빼놓을수 없다.

1956년 8월 결성된 신선회는 이형록을 비롯, 손규문, 조규, 이안순, 이해문, 한영수, 안종칠, 김범삼, 김기명, 김성환, 강경환, 강세영, 조용훈, 최태준, 박용학이 회원이었는데 20·30대가 주를 이뤄 제일 연장자(당시41세)였던 이형록을 좌장으로 옹립했다.

「새로운 노선의 모임」을 주창한 신선회는 그룹명칭도 그랬지만 순수친목보다는 오직 사진연구단체로써의 목적을 지녀 창립된지 불과 1년만에 동화백화점화랑에서 첫전시회를 열었다.

신선회는 그룹결성목적을 리얼리즘사진에 두고 「한국적 맥락의 다큐멘터리사진」을 사진작화이념으로 규정지어 활동했다.

신선회의 이러한 집념은 6.25동란으로 피폐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자연스레 리얼리즘사진활동으로써 사진계를 떠바쳐주는 기둥으로 작용했다.
신선회는 그후 1960년을 맞아 살롱아루스와 현대사진연구회로 발전하는 기틀이 되었다.

이형록은 신선회활동이 서서히 기울어 질 때 살롱아루스를 만들어 이제까지의 사진작업에서 한차원높은 리얼리즘으로 올라서는 주관적 성향의 리얼리즘사진작업의 계기가 되는데 기여했다.

1961년 11월 중앙공보관에서 전시회를 가진 살롱아루스는 5.16군사혁명후 예술단체 통폐함에 따라 현대사진연구회로 이름을 바꾸고 그 방향도 사진후학을 양성하는데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오늘날 사진계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 사진가중 주명덕, 이창환, 황규태, 박영숙, 박옥수, 전몽각, 백남식, 김응태등이 현대사진연구회에서 출발한 모범생들이다.

이형록이 이렇게 사진단체의 리더로써 활약한것못지않게 그 자신의 사진작업 또한 무시못할 정도였다.

오늘날까지 그의 명작으로 꼽히는 사진만 봐도 1957년 찍은 남대문시장의 구두장사를 찍은 「거리의 구두상」과 1958년 창경원서 찍은 「미군」등은 그의 대표작으로써 손색이 없다.

이형록은 착실한 서클리더이면서도 6.25동란과 휴전후의 사진작업에서 그의 집념과 끈기의 열정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형록은 사진단체 리더십의 강력한 소유자이면서 사진가로써의 작업도 했지만 사진평론또한 열심히 썼다.
한나라의 사진이 발전하려면 평론이 활성화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사진평론, 사진문화, 한국사진(현재의 한국사협회보) 사진예술, 샘이깊은물, 포토그라피, 카메라, 모던포토그라피등을 포함한 각종 일간 주간지등이 그의 평론발표장이었다.
그는 아직도 남은 생애를 못다한 사진평론으로 장식하려 애쓴다.

그래서 한평생 써온 평론과 자신이 찍은 사진을 한데모아 후배사진가들을 위한 한권의 책으로 만들고싶어한다.

이형록은 사진일평생동안 자신의 사진을 가르쳐주고 도와준 사진가 임응식(작고)를 결고 잊지 않는다.

역시 사진단체의 리더다운 성품으로 길이 남을 사진가는 무엇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을 깊이 느끼게 해주는 사진가이다.

<정인영의 사진 이야기(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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