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의료계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가파르게 치솟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증가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성숙한 시민의식도 감염병 확산세를 누그러뜨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확진자와 의심환자들은 자가격리 지침을 성실히 따르면서 추가 감염을 예방하고 일반 시민들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조기 종식에 대한 희망을 키우고 있다. 또 시민들의 다양한 형태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를 이기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시민의식이란 도시 및 국가의 구성원이 되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공통된 생활 태도 또는 견해나 사상을 말한다.

즉 현대에 있어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정신적 태도 및 양상을 이르는 것이다. 정신적 태도라는 말은 실상 그야말로 막대한 총체적인 말이어서 합리적인 사상, 불의 부정, 여타 시비에의 비판. 준법성, 그 외 범사 도덕성 등에서 시민으로서의 향상적 태도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경계가 엄존한다고는 할 수 없다. 시민의식의 향상 여부에 따라 악습 같은 사회적 폐해를 탈피하기도 하고, 지각적인 공론이 되어 삶의 권리가 신장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흔히 그 나라 사람들의 에티켓이나 도덕성 등을 보고 시민의식이 나쁘다, 좋다라고 판단한다. 대개 그 나라의 국민성과 개인적인 도덕관념이 시민의식 수준에 많은 영향을 주는 편이며, 이런 시민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국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 민폐를 끼침으로써 나라 망신을 주기도 한다.

시민의식 수준의 기준은 주로 선진국의 관점에서 결정되며,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그 나라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개념을 이르는 용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국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무개념짓을 저지르는 국민들을 비판하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물론 나라 상황에 따라 시민의식의 기준이 조금씩 다를 순 있겠지만, 어디에나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선진국의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경제력이 부강하더라도 시민의식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하면 선진국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 시민의식이라는 것이 주관적이기도 하고, 계량화가 어려운 점이 있어, 다소 뜬 구름 잡는 것처럼 명확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덕적 잣대라는 것이 문화, 시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소위 인권이나 환경 등 '보편 타당한 것이 존재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시민의식이 부각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국가과제가 있었고, 시민의식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다. 주한미군들이 한국인들이 시간을 잘 안 지키는 걸 두고 ‘코리안 타임’이라고 불렀던 시기가 있었고, 교통질서나 쓰레기 문제 같은 것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19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시민의식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경제와 민주주의가 눈부시게 발전한 상황이었고, 한국의 발전상을 외국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민의식이 중요시되었다. 사실 국위선양에 집착하는 한국인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였다. 2000년대 나라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후, 시민의식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선진국이라는 위치답게 지금 이 난국에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례로 온라인상에서는 ‘마스크 안사기 운동’이 화제다. 이 운동은 마스크 품귀 현상이 오래 지속되자 취약계층 등에 구매 기회를 양보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경기 고양지역의 한 맘카페에는 지난 9일 ‘공적 마스크 안사기 운동 동참하실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카페 회원의 지지 댓글이 늘고 있으며 일부 회원은 직접 면과 부직포를 이용해 만든 마스크 인증 사진을 올리며 마스크 안사기 운동 동참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마스크안사기운동’이나 ‘#마스크양보하기’ 등의 해시태그와 동참 의사를 밝히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의 방역 활동 참여도 눈에 띈다. 우범지대 순찰과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등 ‘동네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는 경기 성남시민순찰대는 최근 활동 영역을 방역으로 확대했다. 시민순찰대원들은 3, 4명이 한 조를 이뤄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맡은 구역을 순찰하면서 하수도, 쓰레기 배출 장소, 버스 승차장 등 위생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방역 작업을 벌인다. 동네 주민이 요청하는 곳도 소독한다. 음성자원자원봉사샌터에서도 회원들이 취약계층을 위해 천마스크 3000여장을 직접 제작하여 음성군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시민의 협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의료진과 당국의 권고·지침을 따르는 것이 자신과 내 주변의 사람들을 위하는 길이라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감염자 규모가 급증하며 공포와 불안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치사율이 낮은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시민들이 인식했으면 한다. 정부도 현재까지 알려진 상황과 불확실한 상황을 분명하게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위기상황에서 불안감을 낮추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우리 국민이 의기소침해서는 안 될 일이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가급적 빨리 사태를 수습하면 경제도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절실한 게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대유행을 차단하고 종식하려면 선진국의 필수 덕목인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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