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지난달 경남 창녕에서 9살 여자 아이가 거리를 배회하다 한 시민의 구조로 학대 피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아이의 두 눈과 몸 전체에 멍이 들었으며, 머리는 찢어져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고 손에는 물집과 상처가 심해 지문조차 훼손된 상태였다는데 놀랍게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가해자는 계부와 친모였다. 현재 아이는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에 따라 부모로부터 분리조치 되어 치료와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어찌 이 사건뿐이겠는가....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은 너무나 놀랍고도 충격적이다.

보호자가 돼야 할 부모가 오히려 자녀를 학대, 방임, 심지어 살해까지 한 사건들의 배경을 살펴보면, “준비되지 못한 부모의 역할이 문제”라는 게 심리·범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동 학대는 단순 체벌 수위의 문제가 아니라 양육에 대한 준비가 되지 못한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와 방법, 그리고 부부갈등과 같은 가정불화도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개인과 가정의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립, 빈곤, 실직, 상황적 스트레스, 폭력과 체벌에 대한 사회 문화적 인식 등이 아동학대의 발생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아동학대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인 것이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자녀를 부모의 소유로 여겨 체벌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2014년 10,027건이었던 아동학대 사건은 2018년 24,604건이 발생했다.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서 학대가 발생하는 장소는 가정 내(19,365건, 78.7%)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학교(2,086건, 8.48%) 순이었다.

아동학대 행위자로는 부모(18,919건, 76.9%), 대리양육자(3,906건, 15.9%) 등이었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의 저변에는 1958년에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개정이 없었던 민법 제 915조(징계권)는 친권자가 자녀를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체벌로 자녀를 훈육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 사회전반에 허용 또는 묵인되어 왔다. 징계권은 해석에 따라 친권자가 아동을 체벌할 경우 감경되거나 무죄가 선고되는 ‘면죄부’로 작용하기도 했다.

아동학대 행위자들이 주로 하는 말 “ 말을 듣지 않아서 ..” “아이가 떼를 써서 ..” “ 아이가 버릇이 없어서 ..”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훈육과 훈계라는 이유로 폭력을 정당화해서는 안되며 아동에 대한 체벌은 부모라고 하더라도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인권의 문제이다.

독일과 스웨덴은 민법에 체벌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특히 스웨덴은 1979년 아동 체벌을 금지하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세계 최초로 가정 내 체벌을 금지했다. 1960년대 스웨덴 부모의 약 95%가 자녀에게 체벌을 가했지만, 아동 체벌 금지 입법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전략으로 2010년 약 10%로 급감했다.

최근 너무나 안타깝고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법무부는 부모의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아동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민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 개정과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아동에 대한 체벌을 허용하지 않고자 하는 의식의 조성일 것이다. 그동안 체벌을 훈육의 수단으로 여겨온 우리 사회의 인식과 통념이 변화되어야만 한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마땅히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이며

그 어떤 관계에서도 폭력은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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