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아침이다.
바람이 살랑 살랑 얼굴을 간지르고 정원의 붉은 장미는 요염을 토해내고 있다.
화장하기에 좋은 날 이다. 이런 날은 세수한 얼굴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게 된다.
거울 앞에 앉아 주근깨 위에 화이트닝 에센스 바르고 졸린 듯한 눈에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로 눈매를 뚜렷하게 해 준다.
다음엔 입술선이 없어 퍼져 보이는 입술에 아랫입술을 두껍게 립라인하고 섹시하게 정원의 장미색 립스팁을 발라준다. 그리고 누가 등뒤에 있는듯 씽끗 웃어준다.
화장을 하게 된 동기는 친구의 도움이 크다. 작은키에 맑은 눈과 예쁜 입술을 가진 귀여운 친구는 입버릇처럼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쌍꺼풀 진 눈과 입매를 다듬으면 예쁜 얼굴인데 선머슴처럼 하고 다닌다고 성화였다.
정말 나는 화장이나 옷에 관심이 없었다. 내가 예뻐서라기보다 생긴대로 사는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썩 예쁘지 않아도 개성있게 화장하고 머리 모양이며 옷을 코디하면 전연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는 것을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누구나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있다. 여자의 시샘은 끝이 없듯 변할 것 같지 않은 나는 화장품에 많은 관심이 생기면서 화장품 가게를 하게 되었다.
내가 그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우울할 때 그 친구와 만나면 긍정적이고, 활기찬 대화에서 밝은 기분을 회복하였다.
비오는 날 가만히 마주 앉아 있어도 마음이 편안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얼굴을 자주 바라본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웃을 때 모습이 귀엽고 예쁘다. 그러나 더 인상깊게 다가오는 것은 그 입술로 나에게 위로 할 때와 마음의 정이 넘칠 때다.
그러던 친구는 다른 도시로 이사했다. 이삿짐센터에서 짐을 싣고 갔는데 이삿짐을 그렇게 깔끔하고 예쁘게 싼 것은 처음 봤다며 동네 사람들은 알려 주었다.
친구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이사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나서 궁금하고 섭섭했다. 나에게 아름다워 지는 방법을 가르쳐준 친구라서 더 생각난다.
가게를 하다보면 여러 사람과 만나게 된다. 여러 손님 중에서 잊혀지지 않는 손님이 있다.
깨끗한 피부를 갖고 계신 손님인데 피부에 신경을 많이 쓴다. 며느리 볼 나이인데도 젊은이 못지 않게 가꾸는 분이다.
주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경 쓰는 모습이 화장품과 가까이 있는 나 보다도 더 열정이 많다.
손님은 눈썹과 립스틱만 발라도 우아하게 빛이 날 텐데 그렇지 않다며 기능성 제품으로만 화장품을 사용한다.
짙은 화장을 하였을 때는 손님 피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또한 신경 쓰는 제품은 파우더이다. 파우더 색상을 피부색으로 하면 자연스럽다는 말에 굳이 하얀 피부 표현을 고집한다.
어느날 화장품 사러 왔다. 혈색이 창백해 보이기에 편찮으냐고 여쭈어 봤더니 “살이 쪄서 다이어트 중”이라는 말씀이다.
나는 파우더 색상을 너무 하얗게 해서 창백해 보인다며 손님에게 볼 화장을 권해 내개 직접 해드렸다. 거울을 보더니 화사한 얼굴이 생기 있어 보여 좋다며 그날 손님은 볼터치를 사가셨다.
며칠 후에 전화가 왔다. 새댁 덕분에 화장에 자신이 생기고 용기를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였다. 나 또한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다.
이집트의 여왕이었던 클레오파트라는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뛰어난 아름다움과 내면의 깊은 교양을 갖춘 정열의 여인이다.
사람들은 외모를 가꾸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그만큼 여성의 아름다움은 팔자를 바꿀 정도로 자신감을 얻는다고 한다.
나도 맨 얼굴로 나왔을 때는 괜히 마음이 움추러들고 사람들 앞에 떳떳하지 못함을 느낀다. 그러나 겉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도 가꾸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다시 거울을 본다. 오늘따라 내 나이가 십년은 젊어 보인다. 또 한번 씽긋 웃어 본다. 거울 가득 웃음이 피어난다.
확실히 나도 맑은 눈이 예쁜(?)여자다. 인상이 좋다는 말은 눈을 보고 하는 말일 것이다.
정원의 장미처럼 뜨겁게 삶을 수놓고 우리 가게 오는 손님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하는 전령사가 되리라. 화장이 잘 된 탓일까? 가게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따라 이사간 친구가 몹시도 그립다.
<가섭산의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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