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벌써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온 산하가 온통 초록이다. 신록의 이파리들을 보니 꽃잎만큼이나 아름답다. 어찌 잎사귀들이 꽃잎만큼 아름다울까 만은 그 모양도 색깔도 서로 다른 이파리들이 모여 서로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꽃들을 받쳐주니 그것이 아름답다는 말이다. 피천득의 수필 5월에서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한 청년의 얼굴과 같다.’고 하였다.

그러나 올해의 5월은 어떤가? 해마다 이맘때면 신록을 감상하고 참살이를 위하여 국립공원 및 명승지에 행락객들로 붐볐으나 코로나 사태로 꿈같은 일이다. 거기다가 우리 인간들이 사는 속세의 일상은 날마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난립하는 이슈들이 소통부재로 동맥경화에 아파하고 있다. 요즈음 정치인들은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물고 뜯고 막말로 시끄럽기 짝이 없다.

또한 기업과 노조 간에, 학자들도, 교수들도, 교육자도, 지역사회인사들까지 우리사회는 날이 갈수록 세대간, 지역 간, 계층 간에 소통이 잘 안 되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왜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세태가 지속되는 것일까? 원인은 어려서부터 의사소통의 기본을 너무 무시하고 살아온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 소통(疏通)이란 사물이 막힘이 없이 잘 통함을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한 가지 의미는 의견이나 의사 따위가 남에게 잘 통함을 의미한다. 의사소통은 사실, 신념, 생각 등을 전달하는 대화의 과정이다.

무엇보다 인간에게 의사소통의 으뜸이 되는 수단은 언어이다. 그 중요한 수단인 언어 즉 말(言)은 사람의 생각을 목청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이다. 사람의 생각,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쓰는 음성 기호가 곧 말(言)이다. 이런 말은 긍정과 부정의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긍정적인 면은, 말 잘 하면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고, 상대방에게 존댓말을 써서 뺨 맞는 일 없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은, 말을 함부로 하거나 잘못 말해 숱한 갈등 사례를 초래한다.

말을 잘못하여 입게 되는 피해는 단순한 불이익을 넘어 말한 자의 신세를 망치거나 그 가족 또는 소속 조직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짧은 세 치 혀가 사람의 목숨까지 좌지우지한 일까지 벌어진 역사가 숱하게 많다. 작자미상의 말하기에 대한 시조가 있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 말을 것이, 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 예로부터 입은 재앙의 근원이라 했다. 말로 해서 말이 많아지는 것이니,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라는 내용이다.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에는 말 무덤이 있다.

말(馬)을 묻은 곳이 아니라 말씀의 무덤인 언총(言塚)인 것이다. 옛날 이 마을에는 다양한 성씨들이 살았는데 소통을 거부하여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예방책으로 큰 구덩이를 파놓고는 서로에게 대한 미움과 원망, 비방과 욕을 모두 각자의 사발에 뱉어 이를 묻고 무덤을 만든 후로는 현재까지 싸우는 일도 없고 두터운 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옛말에 ‘한 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지만 그 반대로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입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언제나 귀는 둘이고 입은 하나다. 절묘한 비율이 아닌가! 경청의 전제 없이 하는 모든 말은 비판이든 칭찬이든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하였다. 이제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세치 혀의 무덤’을 하나씩 팔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아껴야 좋은 것은 무심코 내뱉는 나쁜 말일 것이다. 나쁜 말은 입술에서 1초도 머물지 못하지만 상대방 가슴에는 비수가 되어 평생 머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그것은 더욱 분명해진다. 가진 사람과 가난한 사람, 젊은이와 늙은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계층 간, 세대 간의 갈등이 심각하여 그 해소가 무엇보다 시급한 당면과제가 됐다. 소통의 문제가 시대의 절실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허준이 쓴 동의보감의 한 구절을 되새겨 본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통하면 아프지 아니하고 통하지 아니하면 아프다고 했다. 우리들의 희망이요 꿈나무들인 청소년들 입에서까지 상소리와 욕설, 비속어가 만연하면 미래의 사회질서가 혼란하게 되여 병든 사회가 될 것이다.

곱고 아름다운 말은 아름다운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아름다운 말을 쓰는 것도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오월의 저 푸르른 초록의 수많은 이파리들이 서로 어우러져 신록의 숲을 이루듯이 우리들도 녹음이 우거지는 아름다운 소통의 오월을 마들어 가야 한다. 온가족이, 온 마을이, 온 나라가 세대간, 남녀간, 지역 간, 계층 간, 여야 간 화기애애한 소통의 꽃을 활짝 피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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