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용어 중의 하나가 ‘꼰대’라는 말이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권위주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 용어이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을 지칭하는 ‘586’이라는 용어와 합쳐지면서 ‘586꼰대’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권위주의적인 50대를 일컫는 용어로 어느 순간 자리 잡았다.

우리 사회에서 50대는 베이비붐세대의 상징이면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경험한 사람들이다. 1960년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우리 사회가 전근대적 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을 몸소 체험한 세대이다. 전봇대와 함께 전기가 동네로 들어왔고, 신작로(新作路)가 검은 아스팔트로 바뀌었다. 급기야 동네 집 앞까지 포장되는 놀라운 변화를 두 눈으로 확인한 세대가 80년대 학번이다.

또 이들은 198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민주화운동은 1987년 개헌을 쟁취하였다. 대통령을 국민의 직접투표로 뽑자는 개헌을 골자로 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이끄는 쾌거를 이룩한 세대이기도 하다. 당시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학생운동의 지도적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하여 오늘날 정치권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현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들은 권력의 핵심부를 차지하고 국가경영의 핵심역할을 수행하였다.

586꼰대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으로 보아 일반 국민, 특히 20대를 전·후한 세대는 이들의 정치를 실패하였다고 평가는 듯하다. 1980년대 학번의 한 사람으로서 동시대의 사람들이 저렇게 야박한 점수를 받는 것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이들을 옹호할 생각은 결코 없다.

어쩌면 이들의 실패는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선대(先代)에 대한 야박한 평가와 자신들에 대한 과대평가는 586꼰대를 잉태하고 출발하였다. 먼저 우리나라 민주화는 1980년대 학번의 공이 아니라 그 이전 세대의 산업화의 결과이다. 예전 대학시절 읽은 어느 책에서 ‘선진국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반면 후진국에서 쿠데타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그들 나라의 경제력 수준에 의한 것’이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선진국은 민간이 군부보다 더 효율적인 운용체제를 갖추고 있는 반면 후진국은 정반대의 국가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후진국가와 달리 선진국에서는 보다 앞선 조직체계를 갖춘 민간부문을 군부가 통치할 수 없다는 것이 그 글의 결론이었다. 마찬가지로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의 결실은 1960년대 이후 지속적인 산업화의 결실이다. 그 시점에서 군부보다 민간부문의 운영이 훨씬 효율적이 되면서 군부의 강압적 통치가 먹혀들 여지가 줄어든 결과가 민주화이다. 물론 당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운동은 마중물의 역할을 하였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전적인 공이라고 말한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 할 것이다. 어떤 마중물도 사막에서 물을 나오게 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586꼰대들은 선대세대(先代世代)의 노력을 너무도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친일파’, ‘태어나선 안 될 나라’등 대한민국의 건국과 주역들에 대한 수많은 비하는 패륜적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한 나라의 멸망과 건국은 어느 몇몇 개인에 의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조선왕조의 멸망과 일제식민지 경험은 국가운영체제의 철저한 붕괴와 대체 정치세력 부재의 결과였다. 오히려 일제(日帝) 35년의 짧은 단절을 통해 한반도 내에 새로운 정치체제로서 대한민국이 건국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성리학의 봉건사회에서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지향하는 국가로 재탄생하였다. 현재 친일파로 지탄받는 많은 분들의 경험은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지고,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매국노로 일컫는 이들은 망국(亡國)의 유신(遺臣)이 아니라 식민지인으로 태어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죽창가’를 운운하며 100년 전의 치욕을 떠올리며 ‘일본의 배상’을 요구하는 모습은 21세기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하는 행동일 뿐이다.

또한 신생의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패와 실수들이 존재하였다. 건국의 선배들은 그들의 실패와 실수보다 더 많은 성공과 영광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길이 옳았음을 세계인들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결점을 요구하는 듯한 586꼰대들의 발언들은 참으로 불편하기 그지없는 말들이었다.

오히려 586정치세력들의 집권결과는 참담하고 초라한 성적표를 내밀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200만개의 사리진 정규직 일자리, 천문학적 국가부채의 증가, 막대한 복지정책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의 심화 그리고 과도한 집값상승 등은 그들의 정치가 낳을 참담한 결과이다.

아직도 민주화운동이라는 환상의 성과에 집착하여 소위 ‘민주화운동 보상법’이라는 특별법을 통해 자신들의 지위를 자식들에게까지 대물림하려는 일부 여당(與黨) 정치인들의 행동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통렬한 자기반성 없이 얄팍한 정치술수로 재집권을 노린다면 이것은 염치(廉恥)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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