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지난달 29일 아침에는 충북을 진앙으로 대형지진이 수도권까지 흔들려 한반도를 놀랬켰지만 주말을 맞아 사람들의 나들이는 전국마다 들려오는 축제와 공연 이벤트로 인해 들떠 있었다. 할러윈데이 역시 마스크를 벗은 해방감으로 어느 해보다 뜨거워 10만 명이라는 젊은이들 인파로 몰린 이태원 거리골목마다 콩나물시루가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었다.

주말 우리들이 고요한 밤을 지내는 찰라, 속속들이 속보로 터져온 이태원 사망사고 대형 참사 소식에 정말 우리나라가 맞나? 할 정도로 충격의 도가니가 아닐 수 없었다. 이태원 참사는 할로윈을 맞이하여 할로윈 축제를 한껏 즐기기 위한 젊은이들이 모인것이였다. 하지만,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서 다수의 인파가 몰려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1월 3일 5시 기준 사망자 156명, 부상자 187명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라는 점이다. 연초에 광주광역시에서 건설 중이던 현대아이파크 39층아파트가 거짓말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몇 년 전 29명 사망 제천화재참사, 39명 사망 밀양세종병원 화재참사 등등 숱한 생명까지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던 게 언제인가? 왜 이렇게 우리사회엔 안전불감증이 만연하게 되었을까? 첨단화된 과학기술이 나를 보호해줄거란 믿음과 ‘설마 나에게?’라는 안일한 사고와 각종 예방대책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안전불감증은 무서운 악마의 노예이다. 설마설마하며 각종 안전에 대한 노력 없인 결국 자신뿐만 아니라 숱한 타인의 생명도 앗아갈 수 있다.

어떤 것에 익숙하거나 둔하거나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것을 ‘불감증’이라고 한다. 이러한 모든 사고는 우리의 설마병에서 기인된 사고다. 설마라는 말의 뜻은 부정적인 추측을 강조할 때 쓰는 부사이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이라는 뜻이다. 옛날 선조들이 자주 사용하던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삶을 살아가며 방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주변을 살펴 바른 길을 걸어가라는 삶의 교훈이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들은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하며 나만은 괜찮겠지라는 자기중심적 생활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너무나 위험한 고질적인 병폐 때문에 ‘설마병’이란 병명까지 생겨났다. 수많은 희생자를 낸 세월호 사건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과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커졌지만 설상가상으로 툭하면 각종 크고 작은 사고가 매일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도 대부분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있다. 안전불감증인 것이다. 안전불감증은 ‘안전에 불감한 증상’이다. 다시 말하면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불감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궁극적인 원인은 설마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한 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돈에 대한 더러운 욕망이다. 비용 중 일부를 떼먹기 위해 각종 건설, 철도, 항공, 선박 등 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업계의 비리로 대형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죽어간다. 이런 사고가 터지면 어김없이 정부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고, 국민의 안전 불감증을 질타하는 뉴스로 온 나라를 시끄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가벼운 처벌, 안전 규정 무시, 경제 발전을 우선시 하다보면 흐지부지 되고 만다. 툭하면 설마가 사람의 목숨을 수없이 잡는데도 설마설마하는 우리의 안전불감증과 돈이면 다라는 돈에 눈먼 인간들과 그걸 또 몇 푼 얻어먹고 눈감아주는 정치인, 공무원, 경제인등 지도층 인간들이 문제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원인 규명을 하고, 조사 결과에 따른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야만 설마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질 것이다. 또한 정치인들은 아귀다툼으로 권력싸움만 하지말고 여야가 힘을 합쳐 국민의 귀한 생명을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의 교훈도 나만은 그럴 리야 없을 것이라 마음을 갖거나 요행을 바란다면 반드시 나부터 탈이 난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있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예방하며 살아가는 생활습관이 절실하다. 자기중심적인 사고(思考), 이 사고가 고쳐지지 않는 한 설마병은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중증이 되어 걷잡을 수 없이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질 것이다.

매일같이 잔혹한 민생범죄와 내로남불 정치계에 분통이 터지지만 이와 비교도 안 될 초대형 인명참사가 터졌음에도 안타까움과 무감각이 동반하는 데에는 각자의 마음속에 할 얘기들이 있을 꺼라 본다. 하여튼 귀한 누구의 자녀들이고 꽃다운 나이에 영유하지 못해 떠난 젊은이들에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남의 탓이 아닌 내 탓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의 생활습관을 다잡아야 한다. 설마 나는 괜찮겠지 라는 허황된 꿈에서 깨어나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연말연시 내내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설마 설마 하다가 설마에게 한사람의 귀중한 목숨도 잡히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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