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새싹이 돋던 어느 봄날, 음성군 금왕읍 oo리에 위치한 o씨의 선친 묘를 감정하고 나서 묘지 앞에 15년 생 영산홍 세 그루가 여름에 활짝 꽃을 피웠던 일이 있었다. 그 특이한 세 그루의 영산홍은 해마다 꽃망울은 많이 맺혔으나 피질 못하고 삭아 없어지기를 11년 동안이나 반복하며 단 한송이의 꽃도 피운 적이 없었다. 그랬던 영산홍이 봄도 아닌 여름에 처음으로 꽃을 활짝 피웠고 부인의 어깨와 허리의 통증까지 치유되는 신기함을 겪게 되니 당시 가족들의 기쁨은 대단했었다.

그 이야기는 본지에 ‘재미있는 수맥이야기’ 집필 초기에 올렸던 기억이 새롭다.
그 후 ‘이제는 해마다 꽃이 피겠지?’ 하고 기대를 했으나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이라는 듯, 다시는 한 송이의 꽃도 피어나지를 않았다. 그 당시 나는 자석을 이용하여 집과 묘지의 ‘수맥 파를 차단 할 수 있다’며 확신을 갖고 있었고 o씨의 선친 묘에도 수맥이 흐르는 위치에 구멍을 뚫고 자석을 묻었었다. 자석을 묻고 나서 피지 않던 나무에 꽃이 피고 병이 나았지, 이외에도 신기한 현상들을 겪다보니 ‘수맥 파는 자석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며 장담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나 신기한 현상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질병과 우환들이 완전하게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서서히 ‘수맥 파 차단’에 의아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수맥 파는 그 어떠한 물질로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또한 수맥 파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신기한 현상들을 겪게 되었던 것은 묘지로부터 오는 ‘죽은 조상의 영혼과 자손들 간에 이어지는 親子感應이란 因緣의 고리를 밝혀 낼 수 있는 계기’를 주님께서 확신시켜 주신 것으로 믿고 있다.

이때나 저때나 꽃을 기다리는 o씨 가족들에게 꽃은커녕 고통만 늘어갔다. 그런 o씨를 보며 ‘이장을 하라’고 몇 번 권유를 했지만 번번이 반대하는 형들에게 더 이상 말도 못 꺼내고 냉가슴만 앓고 있었다. 결국 이장을 반대하던 두 형들의 걷잡을 수 없는 가정파탄과 각종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o모씨 부부를 지켜보다 못해 그를 나무라듯 “선친이 저토록 괴로워하시는데 어느 자식 하나 효도할 생각은 않고 나 몰라라 하니 선친의 노여움이 얼마나 클 것이며, 그런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데 어찌 하느님이 복을 주실 것이며, 내가 잘 살기를 바라느냐?” “형들이 불효한다고 나 까지 그러면 되겠느냐? 선친의 묘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집안의 어려움을 회생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니 혼자라도 당장 이장을 해 드려라”며 일침했고, o모씨 부부는 그날로 가시적인 날짜를 잡아 일사천리로 일을 추진하였다.

동네 어구에 있는 공동묘지는 대부분 명당으로써 손색이 없는데, 이곳 공동묘지 역시 토색과 토질도 좋았다. 그런 곳이었건만 十 자 수맥도 원통한데 끈으로 양쪽 마구리를 꽁꽁 동여매인 두꺼운 비닐 자루 안에 묶여 있었으니 고인인들 얼마나 답답하셨을꼬. 비닐 주머니 속에는 물기도 질질 흘렀고, 어디로 들어갔는지 아카시아 나무뿌리가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벌레도 들끓었고, 등 쪽에는 아직도 살가죽이 남아 뼈에 붙어 있었다. 끔찍한 유골을 본 가족들은 놀람과 함께 “왜 우리 가정이 이렇게 되어야만 했나” 하는 수수께끼가 풀리게 된 것에 기뻐했다.

파묘하기 전에 뽑아 한켠에 두었던 세 그루의 영산홍과 두 그루의 측백나무(황금화백)를 내 손으로 옮겨 심으며 “이 자리가 명당이기 때문에 6~7월 중으로 꽃이 활짝 필 것이다”며 장담을 했다. 가족들은 그 말이 현실이 되길 기대했지만 그 이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 했다. 나 역시 장담은 했으되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 배경에는 5년 전, 나쁜 묘지를 확인시켜 주었을 때 처음으로 꽃이 피었던 점과 여러 곳에서 묘지와 관련된 신기한 체험이 있었기에 단언을 했던 것이다. 닷새 후에 그 묘지를 찾아간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한 그루는 금방이라도 꽃봉오리를 터뜨릴 기세였다. 두 그루도 좁쌀만한 봉오리들이 20년 만에 먼저 세상을 구경하고파 앞 다투어 경쟁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봉오리들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참으로 의아스러웠다. 지금 그곳에는 뻥튀기에 튀긴 듯 ‘쑥쑥’ 자라 꽃을 피운 영산홍을 보기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본 이들의 문의와 방문이 이따금씩 이어지고 있다.

이장하기 며칠 전부터 가족들이 꾼 꿈도 좋았지만 이장하던 날, 딸의 꿈에 ‘할아버지가 내 곁에서 떠나가시는 꿈을 꾸었다’ 한다. 그날 정신질환을 17년 째 앓고 있던 딸의 머리와 가슴을 짓누르던 증세도 함께 사라졌는데, 오랜 장마 뒤에 활짝 갠 날씨를 보는 느낌이라 했다. 실제로 딸의 言行에서도, 氣 진단으로도 나쁜 기가 전혀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미 정신질환은 치유된 것으로 확신한다. 날마다 묘소를 찾아가 활짝 핀 꽃을 쳐다보며 감격에 젖어있는 가족들의 기쁨도 크지만 나의 보람도 가족들 못지않다.

그러나 사촌들의 반대로 이장을 하지 못한 조부모와 첫째와 둘째 백부의 수맥 흐르는 묘소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그곳을 갈 때마다 안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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