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읍 감우재

감우재 고개 마루 모습.
감우재 고개 마루 모습.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은 우리 한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다. 또한 K문화 확산에 따라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인 정서에 ‘아리랑 고개’가 자리잡고 있듯이, ‘우리 음성군민들에겐 어떤 고개가 자리잡고 있을까?’ 기자는 생각해봤다. 아마도 ‘감우재’가 아닐까? 이번호에는 음성읍 감우리와 소여리 사이에 있는 ‘감우재’를 소개하려고 한다. --편집자 주--

감우리 모습.
감우리 모습.

■ 음성군 동.서 경계 고개

‘고개’는 ‘산등성이 봉우리 사이의 낮은 부분으로, 산이나 언덕을 넘어 다니도록 길이 나 있는 비탈진 곳’을 말한다. 보통 고개를 ‘영(嶺)’과 ‘재’라고도 말한다. 이도 자세히 구분하면 영은 좀 높고 큰 고개를 말하고, 재는 영보다는 낮고 작은 고개를 말한다. 그래서 영은 ‘생활.문화권’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영동지방과 영서지방은 백두대간에 있는 진부령.미시령.한계령.대관령을 경계로 나뉘어진다. 음성군만 들여다봐도 흔히 ‘행치재’라고 부르는 원남 한금령은 한강과 금강 수계를 나누는 고개이고, ‘백마령’은 음성군과 증평군.괴산군 경계를 나누는 고개이다.

이런 의미에서 감우재는 비록 ‘영’은 아니지만, 음성군 동쪽지방과 서쪽지방을 나누는 고개로 볼 수 있다. 자세히 설명하면, 역사.지리.문화적으로 볼 때, 1907년 이전에는 감우재를 경계로 동쪽은 음성현, 서쪽은 충주목 관할 구역이었다. 이런 개념은 오늘날 음성군민들 의식에도 일부 남아 있다.

감우재 전승기념관 모습.
감우재 전승기념관 모습.

■ 감우재전적지, 호국.안보의 가치 심어줘

감우재 고갯마루에는 흔히 ‘감우재전적지’라고 부르는, ‘무극전적국민광광지’가 있다. 이 ‘무극전적국민관광지’에는 감우재전승기념관을 비롯한 충혼탑과 전승탑 등 다양한 호국.안보 시설들이 있다. 따라서 음성군은 이곳에서 현충일과 음성전투 승전기념 등 의미있는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감우재전승기념관은 2002년 2층 규모로 지어졌다. 1층 전시실에는 음성지구 전투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영상실, 6·25전쟁 참상을 시간 순으로 구성한 대형 스크린, 6·25전쟁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 시대 영상물과 입체모형도 등이 있다. 2층 전시실에는 음성지구 전투 관련 자료인 감우재 전투상황 디오라마(diorama), 전투 회고 영상, 총탄에 깨진 마을 종과 6·25전쟁 당시 국군과 북한군 장비·보급품을 비롯해 당시 생활상과 생활도구, 전쟁의 참상 등에 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무극전적지 충혼탑 모습.
무극전적지 충혼탑 모습.

■ 감우재전투, 결코 잊지 말아야

1950년 7월 4일, 음성읍 소여리와 감우리, 즉 감우재 일원에서 시작된 전투는 6.25 한국전쟁사에서 국군이 최초로 승리한 전투로 알려져 있다. 이후 10일까지 진행된 금왕 무극리,생극 병암리 지역으로 확대된 음성(무극)지구전투는 국군이 낙동강 교두보 확보를 시간을 벌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자는 올해 1월 23일 감우리 박정렬 이장이 기록한 마을 주민 김갑수(1938년생) 씨의 감우재전투 목격 증언 자료를 전달받았다. 자료에 따르면, 당시 14세로 사정초등학교 5학년 일 때 김갑수 씨는 당시 감우재전투 상황을 생생하고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갑수 씨는 전쟁사에는 6일로 기록됐지만, 거의 보름 가까이 지나서야 전투가 잠잠해졌다는 새로운 사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기자는 감우리 전 안병화 이장의 회고담 등 감우재전투 관련 몇 가지 증언 자료를 더 확보하고 있다. 기자는 감우재전투에 대해 추후 새롭게 정리할 계획이다.

 

“잔인한 황무지에서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라일락 꽃을 피우는 4월 / 봄비 맞으며 / 단비고개를 넘는다 // 이 고개를 넘나들던 / 국군 6사단 장병들과 북한군 15사단 장병들 / 생사를 걸고 치열하게 흘렸던 피와 땀 / 그 자취들 시간에 씻겨 갈수록 희미해져가는데 //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고갯마루에 멈춰선 / 발걸음 또 어디로 가야 할까?” --기자의 졸시 ‘감우재를 넘으며’에서--

소여리 모습.
소여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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