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종 렬 전 음성교육장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이렇게 시작하는 시가 있다. 심순덕 시인의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이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구절이 반복되다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하고 끝나는 이 시는 우리들의 가슴 한 켠을 시큰하게 하는 아픔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어머니이다. ‘어머니라는 세 글자만 봐도 우리는 눈물이 나고 마음이 먹먹해 진다.

우리 어머니는 한쪽 눈이 없다. 난 그런 어머니가 싫었다. 너무 밉고 쪽팔리기 때문에. 우리 어머니는 시장에서 조그마한 장사를 하셨다. 나물이나 약초를 닥치는 대로 캐서 파셨다. 난 그런 어머니가 너무 창피했다.

초등학교 어느 날이었다. 운동회 때 엄마가 학교로 오셨다. 나는 너무 창피해서 그만 뛰쳐나왔다. 다음날 학교에 갔을 때 "너네 엄마는 한쪽 눈 없는 병신이냐" 하고 놀림을 받았다. 놀림거리였던 엄마가 이 세상에서 없어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왜 엄마는 한쪽 눈이 없어? 진짜 쪽팔려 죽겠어!"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조금 미안하단 생각은 했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해서인지 속은 후련했다. 엄마가 나를 혼내지 않으셔서 그런지 그렇게 기분 나쁘진 않은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날 밤이었다. 잠에서 깨어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갔다. 엄마가 숨을 죽이며 울고 있었다. 나는 그냥 바라보고 고개를 돌렸다. 아까 한 그 말 때문에 어딘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도 한쪽 눈으로 눈물 흘리며 우는 엄마가 너무나 싫었다.

나는 커서 성공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한쪽 눈이 없는 엄마도 싫고 이렇게 가난한 게 너무도 싫었기 때문에 나는 악착같이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일류회사에 취직하고 결혼도 했다. 내 집도 생겼다. 아이도 생겼다. 이제 나는 가정을 꾸며 행복하게 살았다. 여기서는 엄마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에 좋았다. 이 행복이 깊어 갈 때쯤이었다.

누구야! 이런!” 우리 엄마가 나타났다. 여전히 한쪽 눈이 없는 채로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어린 딸아이는 무서워서 도망갔다. 그리고 아내는 누구냐고 물었다. 결혼하기 전 부인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누군데 남의 집에 와서 아이를 울리느냐며 "당장 나가요! 꺼지라고요!" 소리를 쳤다. 그러자 엄마는 "죄송합니다. 제가 집을 잘못 찾아왔나 봐요." 이 말을 남기고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느 날 동창회 참석차 고향에 내려갔다. 동창회가 끝나고 궁금한 마음에 잠시 집에 들러보았다. 그런데 엄마가 쓰러져 계셨다. 엄마의 손에는 꼬깃꼬깃한 종이가 들려있었다. 그건 나에게 주려던 편지였다.

사랑하는 내 아들 보아라. 엄마는 이제 살만큼 산 것 같구나. 그리고 이제 다시는 서울에 가지 않을게. 그러니 니가 가끔씩 찾아와 주면 안 되겠니? 엄마는 니가 너무 보고 싶구나. 한쪽 눈이 없어서 정말로 너에겐 미안한 마음뿐이다. 어렸을 때 니가 교통사고가 나서 한쪽 눈을 잃었단다. 나는 너를 그냥 볼 수가 없었어. 그래서 내 눈을 주었단다. 그 눈으로 엄마 대신 세상을 보는 니가 너무 기특했단다. 난 너를 한 번도 미워한 적이 없단다. 니가 나에게 가끔씩 짜증냈던 건 날 사랑해서 그런 거라 엄마는 생각했단다. 아들아, 내 아들아! 어미가 먼저 갔다고 울면 안 된다. 울면 안 된다. 사랑한다. 내 아들!”

갑자기 가슴이 옥죄어 왔다. 어머니가 주신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엄마, 사랑하는 내 엄마!. 사랑한다는 말 한 번도 못해드리고, 좋은 음식 못 사드리고, 좋은 옷 입혀드리지도 못했는데 참으로 죄송합니다. 어머니! 이 못난 불효자를 용서해 주십시오. 사랑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좋은 글에 소개된 한쪽 눈이 없는 엄마라는 제목의 이야기이다.

어머니라는 단어는 부르기만 해도 코끝이 찡해오고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이유는 어머니의 이러한 희생적인 사랑 때문일 것이다. 모든 인류가 어머니라는 존재를 좋아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머니를 통하여 사랑을 배웠고 사랑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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