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행정박사

집단사고(groupthink)’라는 말은 의사결정론에서 가장 심각한 실패가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응집성이 강한 집단 내에서 의견일치에 대한 강한 압력으로 그릇된 결정에 이르게 됨으로써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 그리고 대안이 가져올 기본적인 문제점조차 확인되지 못한 상황에서 어느 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결과이다. 한마디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혹은 정책결정에 의한 참혹한 결과를 의미한다.

어떤 의미에서 집단사고가 가진 문제는 독재체제가 아닌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우월성을 확인시켜주는 이론이다. 절대 권력자가 아닌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다소 낭비적일 수 있는 의사결정체제를 통해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고 실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긍정적 사회체제를 만든다는 교훈을 준다.

요즘, 공직사회에서 발생하는 것을 보면 집단사고의 악몽 속에서 지난 5년 정치체제가 작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공직자들 자녀와 친인척의 부정 혹은 불공정 채용문제는 최소한의 공직윤리도 작동하지 않고 있는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확인시켜 준다. 국민의 권익을 옹호하여야 할 위원회의 수장은 진영논리에 빠져 자신들 정권하에서 장관의 갑질을 눈 김아 주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또한, 대법원의 판결이 전원합의체 운영이 현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대폭 증가하였고, 이곳의 판결이 철저히 진영논리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면 참혹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민주정치체제 하에서 사법부는 최소한의 도덕률이라는 법을 수호하는 기관이라는 측면에서 양심의 최후 보루라 할 것이다. 그런데 사법부 내에서도 최고의 기관인 대법원 하에서 대법관들이 법적 양심이 아닌 정파적 양심에 빠져 법률체제를 만들려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심각한 결함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난 정권이 철저히 정파적 이념에 빠진 합리적 의사결정체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반증하는 사례이다. 한마디로 집단사고에 의한 국가체제 운영의 실패사례라 할 것이다. 대학시절 어설픈 이념에 빠져 검증되지 않은 이상향적 사회체제를 구현하고자 하였던 그들은 반대진영을 적폐 집단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대중으로부터 단절시키고자 하였다. 자신들은 어떤 실수도 저지르지 않는 존재들처럼 규정하고, 자신들을 견제하려는 국가체제를 적폐로 몰았다. 전 정권 인사들을 각종 비리로 몰았다. 이들의 가장 큰 죄명은 직권남용이었다. 또한, 검찰개혁이라는 거창한 구호와 함께 만들어진 신조어 검수완박은 그들의 무오류성을 각인시키고 싶었던 오만한 용어일 뿐이다.

복지라는 이름으로 지난 정권하에서 적립된 수십조 원의 각종 사회보장 기금들과 공공기관의 적립금은 순식간에 바닥을 보이다 못해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집단사고라는 참혹한 대실패의 아픔을 우리 모든 국민이 겪고 있다.

20세기 영국의 석학이었던 버트란트 럿셀은 1,000년 후의 후손들에게 남길 말을 묻는 말에 사시(fact)를 확인하라라는 답을 남겼다. 진실 혹은 진리라는 것은 때로는 인간의 감성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사실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 진실이고, 이를 통해 확인된 보편적 가치가 진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실 확인 없이 진실과 진리를 떠든다. 전 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학벌이 높은 나라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지적 수준은 집단사고를 만들어 내고 있다. 현 정권이 하여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악몽을 꾸는 국민을 깨우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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