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자 기자의 현장 르포]
무공훈장 받고 예편, 46년간 교편생활...평생 한학과 붓글씨 익혀 후배 양성에 힘써

권오성 옹이 서예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권오성 옹이 서예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권오성 옹이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체본들.
권오성 옹이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체본들.

 

인봉(仁峰) 권오성 옹은 망백(望百)을 넘긴 9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음성군 소이면 주민자치센터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130분부터 4시까지 17년 동안 서예교실을 열어 붓글씨를 지도하고 있어 화제다.

지난 15일 오후 서예교실을 찾으니 회원들이 붓글씨를 쓰고 있다. 묵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

권오성 옹은 소이면 갑산리에서 태어났다.

청년시절 6.25 전쟁을 만나 당시 미2사단에 입대해 교전 중 왼팔에 총탄을 맞아 미 육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한국군 2사단 창설일에 맞춰 한국군에 입대했다.

한국군 2사단에 입대해 G3(작전처)에 복무하며 군 작전에 큰 공을 세운 공로로 화랑 무공훈장을 두 번씩이나 받은 국가유공자다.

예편 후에는 못다한 공부를 마치고 교사가 됐다. 46년간을 교편생활을 하며 부모님을 봉양하면서도 서예 스승을 만나 틈틈이 서예 공부를 했다.

인봉이라는 호()도 스승으로부터 받았다.

퇴직 후에는 어려서부터 배웠던 한학과 서예에 매진했다.

권 옹은 소이면 주민자치센터에 서예반이 없는 것을 알고 17년 전 소이면사무소의 도움으로 서예교실을 열어 회원을 모아 서예지도를 시작했다.

20명 남짓한 회원들에게 수준 높은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계절에 맞는 한 시 구절을 골라 여러 서체로 직접 체본을 써서 후학들에게 나눠주며 붓글씨를 가르쳐 주고 있다.

소이면 주민자치회 서예부 안승태(76) 회장은 권오성 강사님의 글씨체는 획에서 붓보다는 칼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기울기와 날카로움을 보여주고 있으며 필획에서 섬세하면서도 단아함이 느껴진다, “강사님이 건강을 유지해서 계속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반원들도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연령대로 오랫동안 스승으로부터 서예지도를 받고 있다서예 공부하고 있는 지금 인생이 행복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권오성 옹은 손이 떨려서 예전처럼 붓을 잡기가 어렵지만 아직은 충분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고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계속해서 강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글씨 쓰고 있는 옆으로 다가가 한 획 한 획 가르쳐 주는 모습이 정겹게 보였다.

물론 붓을 잡고 설명하며 획을 긋는 모습에서 열정과 힘이 있음을 담박에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건강해 보인다.

권 옹은 보훈의 달을 맞아 하고 싶은 말은 나라를 지킨 공을 세운 사람에게 공훈에 보답한다는 호국보훈의 의미를 국가와 국민 모두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가와 민족을 위한 희생은 '존경의 대상'이지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권 옹께 선생님 희망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니 고종명이요하셨다.

고종명이 무엇입니까하니, “오복중의 하나로 장수, 부자, 건강, 유호덕(攸好德, 좋은 덕을 가진 것), 오왈고종명(五曰考終命)이니, 살만큼 살다가 자손들 앞에서 눈 감는 것이다고 설명하셨다.

지금도 틈이 있을 때마다 책을 많이 보고 있다는 권 옹께서는 93년 전 태어난 갑산리 그 집에서 아들, 며느리와 함께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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