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꿈드림 센터장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면서 간간히 소나기가 잦아지더니 장맛비까지 퍼붓고 있다. 가뭄을 해갈해줄 비는 반가움이다. 농작물이 땡볕에 타 들어가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도 없다. 시들시들 말라 비틀어져 가는 상추며 고추, 토마토, 오이, 수박등의 농작물을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옛 선조들이 오죽하면 기우제를 지냈을까 싶다.

가뭄에 단비라는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갈증을 해소하려는 열정은 인간의 의지로 될 수 없음을 우주조화의 창조주께 기원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가 가뭄을 해소하고 남을 만큼 쏟아진다면 이는 더 큰 재앙을 안겨오기도 한다. 시간당 퍼붓는 장대비를 견뎌낼 방안은 사전에 우기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아무리 비를 대비한 방안을 강구했더라도 집중호우로 인한 폭우는 막아낼 방법이 없다. 해마다 장맛비로 인한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물난리로 인한 이재민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에서 이재민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아픔을 공유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공동체 사회를 유지하는 미덕이다. 필자는 꿈드림청소년들과 함께 매년 텃밭을 무상 임대하여 농작물을 가꾸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밭에 청소년들과 함께 봄이면 고추, 토마토, 옥수수, 오이, 상추, 고구마 등을 심는다.

물론 지속적인 관리는 필자의 몫이기도 하다. 제때 수확하는 것은 청소년들과 함께 하여 고구마 등은 지역아동센터에 기증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꿈드림 청소년들도 자신이 재배한 고구마를 수확하여 후배 아동들에게 고구마를 나눠주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며칠 전 이틀 동안 장맛비가 쏟아지더니 텃밭으로 가는 작은 길이 군데군데 유실돼 막막한 상태였다. 유실된 곳을 보수하려면 많은 양의 돌과 흙이 필요한데 언제 다 수리할 수 있을까?

유실된 곳을 바라만보고 있는 터였는데 인근 텃밭주인들이 삽을 하나씩 들고 와 흙과 돌을 퍼 나르면서 유실된 작은 길을 메워 갔다.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지만 노랫소리 흥얼거리며 재미있는 말을 주고 받다보니 길지 않은 시간에 길을 보수할 수 있었다.

여럿이 일을 하다 보니 힘든 것도 잊은 채 길을 수리했다.

마음도 상쾌했다.

수리를 마치고 내가 텃밭에 갈 때마다 준비한 믹스커피 한잔씩 타주자 일하고 텃밭 노천카페에서 마시는 이 커피가 최고 맛있다고 한다. 모두가 일선에서 퇴임을 했거나 귀촌하신 분들이시지만 인정도 넉넉하고 함께 나누는 맛도 좋다. 농작물 수확했을 때는 조금씩 나눠준다. 이웃 텃밭 사촌의 우정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일에 매달리는 것도 아니고 매일같이 농작물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농작물이 하루하루 자라는 상태를 보고 싶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주 텃밭을 찾는다. 텃밭에 자라는 농작물만 보고 올 생각으로 찾아가지만 텃밭에 가면 주인장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새롭게 돋아나고 무성하게 자란다. 그래도 텃밭에 잡초를 뽑을 일거리가 있다는 것이 즐겁다.

흙을 만지면서 꿈드림청소년들은 생태적 감수성을 체득하는 것 같다.

씨앗을 뿌리만큼 거둘 수 있는 흙의 진실 앞에서 우리는 겸손할 수밖에 없다.

우리들의 밥상위에 오르는 밥 한공기와 반찬들이 얼마나 정성스런 농부의 손길을 거치는 과정인지 텃밭에서 체험해보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지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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