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각 부산외국어대학교 전 총장대행

정용각 부산외국어대학교전 총장대행
정용각 부산외국어대학교전 총장대행

부용산은 금왕의 정신이고 자존심이다. 금왕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누구나 동쪽의 부용산을 마음에 품고 어린 시절 꿈을 키웠을 것이다. 부용산이 얼마나 소중한 산이었는지는 무극에 소재하는 학교의 교가를 보면 알 수 있다. 1906년 개교하여 100여년이 다 되어 가는 무극초등학교 교가 첫 구절이 부용산 돋는 햇님 웃는 얼굴로시작한다. 그로부터 40년 후 1946년에 개교한 무극중학교 교가 첫 구절도 부용산 돋는 햇빛 가슴에 안고로 시작한다. 또한 1969년 개교한 충북반도체고등학교 교가 첫 구절도 부용산 정기어린 보람의 터로 시작하며, 1970년에 개교한 용천초등학교 교가 2절 첫 구절도 부용산 부픈 정기 넘치는 희망으로 시작한다. 왜 이렇게 4개의 학교 교가 첫 구절에 부용산이 등장하는 것일까? 그 만큼 금왕에서의 부용산은 금왕을 지켜주는 명산이라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극에서 학교를 다니고 자란 사람이라면 부용산에 대하여 떠오르는 것은 햇님과 햇빛!”그리고 정기일 것이다. 부용산은 금왕의 동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떠오르는 햇빛을 시작으로 무극이 밝아 오고 그 빛은 웃는 얼굴이자 희망을 담고 있는 명산으로 기억 되고 있다.

또한 부용산을 무극의 학교에서는 정기가 서린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정기(精氣)에 대한 나무위키의 설명을 보면 천지 만물을 생성하는 일종의 에너지 형태로 원천이 되는 기운 또는 생기 있고 빛이 나는 기운을 뜻한다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부용산은 희망의 원천이 되고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기()의 발생지인 것이다. 이와 같이 부용산은 금왕의 정신이고 정기를 발하고 금왕에 빛을 전하는 산인 것이다.

부용산의 부용(芙蓉)은 연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를 의미 하는데 충주 쪽에서 보면 산이 연꽃봉오리 같아서 부용산으로 명명된 것으로 알려 져 있다. 부용산은 금왕읍의 동편, 음성읍의 북편, 충주시 신니면의 서편에 자리하고 있다. 부용산은 읍성읍의 가섭산, 생극면의 수레의 산과 닿아 있는 음성군의 3대 명산이라 할 수 있다. 부용산을 둘러싼 마을을 보면 금왕 쪽으로는 육령리가 있고, 남쪽으로는 사정리, 동쪽으로는 광월리가 있다. 그 중에서 부용산의 서쪽으로 가장 긴 능선을 따라 육령리가 자리하고 있다. 육령리에는 부용산 아래 첫 동네인 예순터가 있고 이어서 능말(능동), 기령리(그렁리), 묵방리(먹뱅이, 삼형제 저수지로 인해 수몰됨)가 있다. 예순터는 60-70년대 전설 따라 삼천리라디오 드라마에도 나왔을 정도로 오지 중에 오지였다. 당시 라디오에 나왔던 내용을 요약하면 옛날 무극 쪽에서 충주로 가기 위해서는 예순터를 지나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예순터 고개에는 나무가 많고 호랑이가 나타나서 적은 인원으로는 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고개를 넘어가려면 60명은 모여야 갈 수가 있어서 현재의 마을이 예순터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예순터에서는 오랜 전부터 음력 1020일 산신제를 지내는 전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의 신령과 산을 지키고 있는 호랑이에게 마을을 잘 보호 해달라는 산신제 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본 필자도 어릴 때 이 산신제를 보며 자랐다. 이 산신제를 지내는 곳을 산제당골(산지당골)이라 하는데 수 백년된 소나무가 울창한 곳이기도 하다. 무극에서 초중학교를 다녔던 50대 이상의 분들은 이 산신제를 지냈던 예순터의 산제당골 숲으로 소풍을 몇 번은 다녀갔던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전통과 유서 깊은 육령리 예순터에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왕의 정기가 훼손되고 음성군에서 가장 청정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부용산 줄기를 파 헤쳐서 산업공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말 내 생애에 그곳이 개발지역으로 포함 될 것이라는 상상도 못했는데 개발업자들은 왜 그런 산골을 택하여 개발을 하려는 것일까? 아마도 그곳의 땅값이 싸기 때문에 명목은 산업단지개발이라고 하지만 대장동과 같이 개발업자의 부를 축적 시키는 사업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간다.

사업을 추진하는 KC산업은 콩크리트 조형물을 만드는 업체로 주로 수도권인 여주와 이천에 공단을 가지고 있다. 땅값이 높은 그 공단을 매각하고 땅값이 싼 이곳으로 이전을 하면 수천억의 엄청난 부동산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아니면 산업단지개발 법을 이용하여 단지를 조성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땅을 매입한 후 산업단지를 분양하면 수백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실제 음성군의 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타 지역의 사례를 보아도 개발업자만 배불리는 이러한 정책을 음성군은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순터는 부용산에서 내려오는 발원지의 시작점으로 이 물이 삼형제 저수지를 지나 무극천을 지나 장호원 청미천을 통해 남한강으로 흘러가는 원천수이기도 하다. 이런 천혜의 자연을 가지고 있는 부용산 아래 첫 동네에서 3-400여년을 지켜 온 논밭과 산을 없애고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예순터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닌 고향이고 우리 선조가 3-400여년 전에 이곳에서 터를 잡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은 우리 종중의 터전이기도 하다. 혹자는 보상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어떤 억만금보다도 난 부용산의 빛과 정기를 지키고 싶다. 금왕읍에 남아있는 유일한 청정지역이자 자존심인 부용산 자락을 지켜 가는 것이 후대에게 물려 줄 가장 큰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부용산 정기가 흐르는 이 육령리 예순터를 자연학습의 장으로 보존하여 금왕의 후대에게 힐링공간의 유산으로 남겨 졌으면 한다.

본 필자가 20229월에도 기고를 한바 있다. 그 때도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농간에 음성군을 더 이상 파헤치지 말자고 했다. 특히, 음성군에 명산이라 할 수 있는 부용산, 가섭산, 수레의 산은 반드시 보존하고 지켜가야 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에서 공직자로 있다 퇴직한 사람 또는 군의회 의원까지 했던 사람 등이 앞장을 서서 이 개발을 위해 동분서주 한다고 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또한 개인 이권에 눈이 먼 일부 사람들이 주민을 교묘히 겁을 주며 부동산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니 과연 그들은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일까? 자신의 몇 푼의 주머니 때문이라면 더 이상 역사에 죄인이 되지 말기를 이 지면을 통해 경고하는 바이다.

무극초등학교의 부용산 돋는 햇님 웃는 얼굴로무극중학교의 부용산 돋는 햇빛 가슴에 안고충북반도체고등학교의부용산 정기어린 보람의 터용천초등학교의부용산 부픈 정기 넘치는 희망이 교가의 가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금왕읍민이여! 부용산을 기억하는가! 금왕의 마지막 보루 부용산의 자연만큼은 보존해야 하지 않는가! 산업단지개발업자는 금왕의 자존심! 부용산의 정기를 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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