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은 서정옥

아은 서정옥 
아은 서정옥 

밭에서 달려온 열무가

연한 잎과 부드러운 가시를 뽐내 보기도 전

굵은소금에 기도 펴지 못한 채

늘어지고 만다

어릴 적

고춧가루도 없이

소금에만 절인 열무김치를

국수에 말아먹던 남편은

그 기억이 지금도 아련한가

허연 열무김치가 맛나다고

버무려진 열무를 바라보며

흡족해한다

 

열무처럼 뻣뻣했던 아집은

거친 세월에 부드러워지고

축 늘어진 열무 되어

익어간다

 

상 위에 올려진 열무김치가

몸속에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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