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행정학박사

얼마 전 감사원 감사에 의해 지난 정권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통계조작이었던 것이 밝혀졌다. 집값, 소득, 분배, 고용 등 국가운영의 기본이 되는 각종 경제지표가 청와대와 관련 부처의 압력에 의해 조작되었다고 한다. 정권에 비협조적이었던 통계청장이 하루아침에 경질되었다. 후임에 경제수석비서관의 후배가 임명된 일도 있고, ‘좋은 통계로서 보답하겠다라는 알 수 없는 말도 있던 것을 기억한다면 어느 정도 예측되었던 일이다.

고대 국가에서부터 통계는 국가운영의 기본이다. 통치에 필요한 징세와 징병을 위해서 인구조사와 토지대장이 작성되어왔다. 현대국가에 있어서 통계는 그 역할이 더욱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다. 각종 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에 의한 통치는 과학적·이성적 접근에 의한 합리적 정책결정과 행정의 토대가 된다는 의미에서 현대국가와 통계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통계조작은 단순히 해당 부문에 대한 수치에 일부 수정이 아니라 국정에 대한 국민기망이며, 우리와 같이 개방체제 국가에서는 대외 신뢰도를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치명적 사건이라 할 것이다. 지난 정권하에서 가격통제 중심의 부동산정책과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철 지난 이념적 경제정책은 국가 경제를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 상승은 집 없는 국민을 절망에 빠뜨렸고, 과잉소비와 천문학적 가계부채를 발생시켰다. 또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대중영합주의적 경제정책을 통해 국민의 소득인상이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 소위 분수효과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기업 활성화를 통한 서민경제를 살리자는 전통적인 경제정책인 낙수효과에 대비되는 용어로 그들 정책의 정당성을 비유하는 용어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그 당시 이미 국민은 체감적으로 그들의 정책이 얼마나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집값과 전셋값 등으로 인해 주거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였다. 각종 부동산 정책을 30여 차례에 걸쳐 발표되었다는 것은 그들의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반증적 자료였다. 그러나 그들은 통계수치를 들먹이며, 자신들 정책의 정당성을 설파하였다. 당시 대통령은 조작된 지표를 들먹이며 대한민국이 OECD 선진국 중 가장 안정적인 집값을 유지하고 있다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하였다. 또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정책의 핵심 대상이었던 서민들을 식당, 편의점 등에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불평등을 가중 시켰다. 식당의 중간휴식시간, 편의점 운영시간의 단축 등은 경제정책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런데도 경제장관 등은 소득주도성장에 의한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통계수치를 통해 제시하곤 하였다.

각종 통계가 끊임없이 자신들의 정책이 실패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수정을 추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대범하게도 통계청과 관련 감정원(현 부동산원) 등 정부 통계기관의 장과 관계자를 인사 조처와 예산 삭감 등을 위협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통계수치를 만들어내기에 급급하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치를 통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자신들의 정권을 연장하는 데 급급하였다.

지난 정권의 부동산과 고용 등 경제정책은 학문적 연구대상도 되지 못한다. 이는 한마디로 범죄행위일 뿐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국정을 기만하였다는 의미에서 진정한 의미의 국정농단이라 할 것이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과 구속하며 출범하였던 정권하에서 광범위한 통계조작을 통한 국정농단이 발생하였다는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중범죄로 처벌되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통계조작이 아니라 감사조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마디로 범죄자들의 제 발 저린 행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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