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노을에 불타는 한 그루 나무

오랜 세월 삶의 은유였다

달맞이꽃의 서러움도 주섬주섬 담아놓고

바람 소리에도

귀 기울이다가 휘청거리는 몸짓

 

산마루에 누이는 햇살 엉금엉금 기어가고

내일 또 만날 수 있을까?

서러워지는 하루

허망한 마음으로 손 흔들어 본다

 

때가 되어

겨울나무 가지처럼 모두 드러날 때

부끄럽지 않은 숲으로

 

오솔길을 걸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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