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이선희

은빛 그릇에 맺혀

뚝뚝 소리 내며 떨군 눈물방울

말없이 닦아준다

 

덜그럭 덜그럭 흔들리는

골패인 도마

포근히 감싸 준다

 

펄펄 끓는 김치찌개로

뻘겋게 물들인 냄비 뚜껑

시원하게 식혀준다

 

서로 잘했다고 재잘대는

숟가락 젓가락

지친 듯 행주 품에 잠 든다

 

겹겹 들어와

시꺼멓게 쌓이는 창틀 먼지는

뽀얗게 닦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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