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음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꿈드림 센터장

가을 단풍이 곱게 물 들어가는 계절의 길목이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덥고 폭우도 잦았다. 이상기후로 인해 냉해를 입은 과수농가 등에서는 올 한해 기대했던 소득을 올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일값도 많이 올라, 소비자들도 선듯 장바구니에 담기에 부담이 따른다.

한해 농사를 수확하는 길목에는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수험생들도 그동안 축적해온 자신의 역량을 저울질하는 기로에 서 있다.

하루하루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고 공허하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보려 하지만 밀물처럼 몰려오는 막연한 불안감 앞에 초조한 일상이 주어진다.

물질적으로는 분명히 풍족해 줬는데도 마음 한구석은 비어있는 듯하면서도 안개처럼 도사리고 있는 막막한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십 대에는 입시 불안이 그림자처럼 자신을 착취하고 이십 대에는 취업에 대한 불안, 삼사십 대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 오육십 대에는 노후 빈곤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불평등의 구조가 심화되고 있어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수많은 기저 중에는 경쟁이 덫처럼 사회 곳곳에 처져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행복해야 할 청소년들은 입시지옥이라고 여길 만큼 끔찍한 입시경쟁을 치러야 한다. 더욱이 대학 서열화가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수도권의 일류대를 목표로 주입식 교육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청소년들은 고교 시절에 대한 기억이 하루하루 파티라고 회상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하루하루가 사활을 건 전쟁터로 기억한다.

행복해야 할 시기에 불행을 넘어 아픈 상처만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경쟁의 논리는 그 근본기저에 야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내 옆에 있는 친구든 지인이든 간에 경쟁의 수레바퀴에 처해지면 짓밟고서라도 고지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철저하게 정글에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함께 잘사는 것이 아니라 나만 배불리 먹으면 되는 것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구조적 시스템으로 들어서게 되고 익숙해지면 당연한 편리성이 내가 노력한 능력의 대가로 인식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인정하는 듯한 정상적인 구조라고 하지만 정상인 것 자체가 병들어버린 다시말해 독일의 사회학자 에릭프롬이 말하는 정상성의 병리성이 만연해진 상태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공동체의 선순환구조로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잘살 수 있는 배려와 공감의 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능력주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내 능력을 다해 경쟁에 이긴 만큼 내가 누려야 할 지위와 할당량은 당연히 내 몫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공정하다고 여기는 착각 속에서 깨어나야 한다.

오늘이 행복해야 할 청소년들이 행복을 뒤로한 채 고민하고 아파하는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빈번한 것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어쩌면 기성세대들이 우리의 자녀인 청소년들을 자신도 모르게 낭떠러지로 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직원들과 함께 청소년 이동 마음약방을 운영하였는데 이중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상처는 인간관계 알레르기, 미래막막증, 자존감 바닥증후군, 피터팬 증후군 등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경쟁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비춰져 처방전을 내리면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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