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종 렬 전 음성교육장

옛말에 순리대로라는 말이 있다. 살아가면서 모든 것들은 억지로 거스르려 하지 말고, 흐르는 대로 사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그저 이치와 섭리에 따라 물 흐르듯 순응하며 산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욕심이 생기고, 그 과욕이 넘쳐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순리의 법칙을 무시하고, 결국 일이 터져 안간힘으로 수습함은 오히려 더 큰 불상사를 일으키곤 한다. 때로는 그 과욕이 몸을 다치게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우생마사(牛生馬死)’ 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홍수 때 소는 살아남지만, 말은 죽는다.’ 는 뜻이다. 왜 그럴까? 말은 힘이 세다. 그래서 물을 거슬러 가려고 한다. 그러나 말이 아무리 힘이 세도 물살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역행을 하려고 몸부림치다 끝내는 탈진해서 죽고 만다.

반면에 소는 물이 불어나면 그냥 둥둥 떠다닌다. 그냥 물이 흘러 가는대로 따라간다. 그러다 얕은 곳이나 지붕을 발견하면 거기서 물이 빠질 때까지 머무른다. 소는 물을 이기려고 하지 않고 물에 순응한다. 그래서 살아남는 것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일이 아무리 애써도 꼬이기만 할 때도 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 봉착했을 때는 우생마사의 소처럼 흐름을 거르지 않고 그저 순리에 몸을 맡기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연못가에 서 있는 갈대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이리 저리 나부끼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떡갈나무가 이 갈대를 보며 동정하였다.

"이봐요 갈대, 자네는 바람이 조금만 불거나 물위에 여울이 져도 머리를 숙여야 하니 자네의 가냘픈 몸집이 자네 자신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 되겠는걸." 하며 떡갈나무가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이어서

"내 건강한 머리를 좀 보게, 햇빛을 멈추게도 하고 강한 폭풍까지도 힘차게 맞설 수 있지. 삭풍이 자네에게는 폭풍이지만 나에겐 미풍만도 못하다네자네가 내 몸 밑에라도 태어났던들 나의 그늘을 은신처로 삼고 고생이 없을 텐데내 생각으로는 자연은 불공평한 것 같네." 라고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동안 말없이 듣고 있던 갈대는

"나를 동정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다지 걱정은 마시오. 모든 바람은 나에게보다 당신에게 위험스럽소바람이 불면 나는 굽히기는 하지만 꺾이지는 않는다오." 라고 말하자 떡갈나무는 괘씸하게 생각했다.

이윽고 지평선 저쪽에서 북풍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떡갈나무는 몸을 굽히지 않고 바람에 맞섰다. 바람은 점점 세차게 불어왔다. 가냘픈 갈대는 당장 쓰러질 것같이 보였다. 그러나 갈대는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기울일 뿐 아무 괴로움도 없었다.

한편 떡갈나무는 강한 바람에 힘을 다하여 맞섰다바람은 무척 세게 불었다. 떡갈나무는 머리를 하늘을 향하여 쳐들고 발을 땅에 붙이고 서 있었다. 그러나 끝내 뿌리 채 뽑혀서 냇물 속으로 쓰러져 버렸다.

태풍이 지나가자 떡갈나무는 헉 헉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건강한 모습으로 서있는 갈대가 보였다.

갈대야! 너는 어떻게 그 무서운 태풍 앞에서 상처하나 입지 않고 견뎌냈니?”놀란 떡갈나무가 이렇게 묻자 갈대는 웃으며

당신은 억지를 쓰니까 그래요. 아무리 당신이 강해도 태풍과 맞서서는 견디지 못해요. 나는 언제나 맞서지 않고 고개를 숙이기만 하니까 아무리 거센 태풍에도 상처하나 입지 않고 견딜 수가 있어요.” 하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래동화의 하나인 ‘‘토끼와 거북이' 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달리기가 빠른 토끼는 걸음이 매우 느린 거북이를 느림보라 놀린다. 이에 자극받은 거북이는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한다. 토끼에 질 것이라는 것은 안 봐도 빤한 결과였으나 느린 거북이를 보고 안심한 토끼가 잠시 낮잠을 자는 바람에 결국 거북이가 승리한다. 이 동화에서 가장 강조되는 가치는 거북이의 인내심이다. 이는 인간에게도 좋은 교훈을 준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변화는 거저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산물이다. 역경의 순간에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면 힘든 인생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런 시기에는 흐름에 순응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현명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이다. 우리는 우생마사의 교훈을 좌우명으로 새기며 소처럼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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