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행정학박사

지난 연말과 연초 미국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두 가지 관찰되었다. 하나는 반유대주의에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하버드 총장이 사임하였다. 다른 하나는 세계적 기업 테슬라의 경영자 엘런 머스크가 소유한 소셜미디어 X의 인공지능(AI) 챗봇 그록이 좌파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한탄했다.

금년 초 세계적 명문대학인 하버드대학 콜리딘 게이 총장이 취임한지 5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의 사퇴 발단은 지난해 125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 지난해 가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침공이 있었다.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 대학 내에서 반유대주의 학생들의 과격시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의회청문회에서 하버드, MIT 그리고 펜실바니아 등 3개 대학의 총장을 증인으로 소환하였다. 청문회 과정에서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의 과격한 주장이 윤리규범 위반이자 징계대상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들 대학 총장은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등의 대답은 동문들과 대학 기부자의 거센 비난과 사퇴압력을 초래하였다. 특정 인종을 학살하자는 반인륜적 주장이 학문 혹은 표현의 자유로 용납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이들 세계 최고 대학의 총장들은 모호한 태도로 비난을 자초하였다.

한편, 최근 지식을 학습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이 출현하면서 이들이 인간의 생각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기존 AI들이 좌파적 가치에 오염되었다며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가 내놓은 대안적 인공지능 챗봇 그록마저 좌파 성향을 띠고 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최고 경영자를 통해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우파 학자로 언급되는 피터슨은 그록이 이슬람 세계 빈곤의 원인에 대한 답변을 그들 국가체제의 후진성과 지도자들의 부패는 언급하지 않고, 서구 사회의 약탈에 기인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는 것은 급진 좌파의 설명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편향적 정보가 넘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 역시 결과물의 오염을 피할 수 없었다. 어쩌면 AI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의 한계를 노정한 것이다. 그릇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그 기계는 폐기 혹은 개량되어야 한다.

이들 두 사건은 전혀 다른 사례로 보이지만 그 출발은 같다.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 혹은 워크 바이러스(woke mind virus)로 불리는 정치적 위선의 결과물들이다. 무분별한 사회적 약자, 소수 등의 보호와 기존 가치 질서에 반하는 정서에 대한 일방적 동정 등이 만든 괴물들이다. 20세기 후반 인류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양차 대전이라는 참혹한 사건은 이후 동서냉전이라는 거대한 이념적 긴장 속에서 아물어 갔다. 1990년대 말 소련의 붕괴는 역사의 종언이라고 할 정도로 이념적 통일과 번영을 구가하였다. 그러나 공산주의로 대표되는 좌파적 가치들은 그들의 실패를 인정하기보다는 그 모습을 교묘히 달리하며 세상에 위험한 바이러스를 퍼트렸다. 자유, 인권, 복지 등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여야 할 가치들이 좌파들에 의해 오염되고, 왜곡되었다. 기존 질서에 반항적 성향의 젊은 대학생들의 정신을 썩게 하였다. 이들은 문화, 예술 등 점차 거대한 그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며 부와 각 분야의 권력을 확보하였다. ‘깨어있는 시민(?)’이라 일컬어지며 칭송까지 받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미국에 있던 두 사건은 어쩌면 진리에 의한 정치적 위선에 대한 반격이다. 그들을 부러워할 때가 아니다. 우리 내부에도 정치적 위선은 차고 넘친다. 달콤한 사탕과 같은 이들 위크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를 근본적이면서 서서히 썩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은 진리가 승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정치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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